롯데·CJ·SK 매물주시...'놓치지말라' 특명도
고정자산 투자 거의 없어 인수매력 크지만
기업들 조급함에 '비싸게 사간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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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IT 대기업들이 패션테크 기업들을 고가에 속속 사들이고 있다. 아직 인수 물망에 오르지 못한 기업들도 잇달아 매물설이 제기, 주요 기업들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밸류에이션 할 시간 없다', '놓치기 전에 일단 사고보자'는 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밸류에이션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지 못했던 시장인 만큼 과열된 인수 열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현재로선 신세계·카카오·네이버의 시장 선점 의지가 큰 상황이다. 소수지분 투자부터 경영권 인수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첫 투자로 에이블리를 낙점했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조직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1호 투자기업으로 30억원이 투입됐다. 이달 초엔 SSG닷컴(쓱닷컴)을 통해 IMM PE가 들고 있던 W컨셉(더블유컨셉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달 말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뒤이어 카카오가 지그재그(크로키닷컴) 경영권을 인수했다.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합병하는 구조다.
앞선 매각 예비입찰 다수에 참여했지만 최종 고배를 마신 곳들도 있다. 롯데·CJ·SK 등이다. 인수전 완주에 실패한 이들은 남은 매물들을 기웃거리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롯데는 롯데쇼핑, CJ는 CJ ENM, SK는 SK텔레콤을 인수 주체로 내세워 시너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 유통대기업이 투자 실무진에 '이번엔 절대 놓치지 말라' 특명을 내렸다는 소문도 회자된다.
사실상 업계 웬만한 사업자들이 M&A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29CM, 브랜디는 특히 자주 매물설에 오르내리는 곳들이다. 최근 M&A업계 내에선 'CJ가 29CM를 본다', '네이버가 브랜디 경영권을 인수한다' 등 관련 소문도 파다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주된 판매채널이 전환되면서 기업들도 대비 태세에 나선 모습이다. 패션테크 플랫폼으로 인수 경쟁이 옮겨온 배경에 대해선 10대 트래픽을 미리 선점,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주된 소비계층은 아닌 만큼 당장의 이익보다도 미래 가능성에 선두 투자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거점을 별도로 두지 않는 플랫폼 기업이란 점에서 고정자산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지 않다는 점도 매력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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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테크 업계가 대기업들의 전쟁터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인수 경쟁에 뛰어든 만큼 뒤쳐져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빠르게 외형을 키워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선 M&A가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거의 모든 경쟁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참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은 모르겠고 놓치지 않으려면 일단 사고보자'식의 움직임에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 패션테크 시장은 다른 산업에 비해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지 못했다. 매출규모와 월간 사용자수 등 기준에 따라 시장 순위도 크게 달라진다. 작년 매출 기준으로 무신사(3319억원), 브랜디(858억원), 에이블리(526억원), W컨셉(401억원, 2019년), 지그재그(400억원), 29CM(150억원, 2019년) 순이지만 월간 사용자수 기준으로는 순위가 크게 달라진다. 에이블리(149만), 지그재그(128만), 무신사(115만), 브랜디(70만) 순이다.
현재로선 거래액(GMV)이 주된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에 매각된 W컨셉은 GMV 멀티플 기준 0.88배를 평가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2350억원의 GMV를 기록, 지분 전량을 2650억원에 매각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고밸류' 의문도 제기됐다. 매출규모 기준 4위 수준인데다 월간 이용자수 기준으론 순위권에도 들지 못한 기업의 적정가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대부분의 패션테크 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흑자를 내는 곳은 무신사가 유일하다. 무신사는 작년 4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그재그·브랜디·에이블리·29CM·W컨셉 모두 영업적자가 수십에서 수백억에 이르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다른 곳이 채가기 전에 우선 인수하려면 밸류에이션 매길 여유가 없다는 게 요즘 기업들의 분위기다. 기업들이 조급함이 앞선 나머지 다소 비싼 값에 사가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카카오의 지그재그 인수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당초 무신사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협상을 이어왔으나 막판에 높은 값을 부른 카카오와 거래가 '급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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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5일 15: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