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종목은?…"고평가·CB발행 여부 봐야"
지수 영향은 제한적…"선물로 대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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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1년 넘게 금지돼 온 공매도 재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증권가에선 종목별로 공매도 재개 영향을 가늠하며 '선반영' 작업이 한창이다. 여전한 유동성의 힘 앞에서 섣불리 공매도에 나설 기관은 많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차익거래(아비트리지)가 가능한 종목이나 정치인 관련주 등 테마를 타고 급상승한 종목이 집중 타깃이 될 거란 분석이 많다.
최근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카카오게임즈가 대표적으로 열거되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기관들이 공매도로 주가를 끌어내린 후 전환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무위험 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 밖에 테마를 타고 과도하게 상승한 특정 중소형주가 집중 타깃이 될 거란 평도 많다.
19일 금융위원회는 전체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금지됐던 공매도를 코스피200, 코스피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내달 3일부터 재개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개인 대주(주식대여) 제도'를 발표했다. 재개와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문턱도 낮춘다. 사전 교육을 받은 개인에게 공매도 참여 자격을 부여하고 개인에게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를 6곳에서 17곳으로 늘린다.
공매도 재개가 지수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관들은 이미 지수 선물이나 개별종목 선물을 통해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운용 전략을 취해왔다. 이번 공매도 재개도 코스피200, 코스닥150등 핵심 지수에 포함된 종목으로 대상이 한정돼 있다.
증권가는 공매도 재개시 어떤 종목이 대상이 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의 조건은 ▲ 기존 대차잔고와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았던 종목 가운데 국내외 기업보다 주가가 많이 오른 고평가 종목 ▲ 롱숏 거래에서 숏(매도) 가능성이 높은 종목 ▲ 전환사채(CB) 등 자본증권 발행 잔액 규모가 큰 종목 등 3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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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KB증권 리서치센터는 고평가된 종목을 공매도 타깃으로 예측했다. 공매도가 익숙한 종목 중 비슷한 타 기업보다 주가가 오른 상태인데다 밸류에이션도 높다면 공매도 입장에서 더 눈에 띌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종목으로는 SK이노베이션, SKC, 한솔케미칼, 한국항공우주, HMM 등이 꼽힌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전환사채 등 자본관련 증권의 발행 잔액이 높은 종목도 공매도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투자자가 주식을 공매도해 무위험 차익거래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유입 추정 금액도 유추해낼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코스피200 공매도 유입 가능 종목'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공매도 유입 추정 금액은 전환사채 발행 잔액에서 델타 값을 곱하면 계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5631억원), 화승엔터프라이즈(1173억원), GS건설(812억원), 키움증권(633억원), 롯데관광개발(579억원)의 공매도 유입이 예측된다.
CB 발행 기업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공매도 우려는 해소된다. 채권 형태였던 전환사채를 발행사가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조기상환해 차익거래 기회를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콜옵션이 부여된 종목들은 행사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공모 발행 전환사채 중 콜옵션이 부여된 종목은 화승엔터프라이즈, 롯데관광개발, LG디스플레이, GS건설인데, 최근 이들의 순현금은 적자 기조를 보이고 있어 전환사채를 되살 여력이 부족하다.
지난달 말 50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한 카카오게임즈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발행으로 상장 공모 규모(3800억원)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실제로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 사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차 잔고'(주식을 빌린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초 30만주(133억여원)에 불과했던 카카오게임즈 대차잔고는 현재 330만여주(1910억여원)으로 급증했다.
곧 다가올 코스닥150 지수 정기변경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지수에 새롭게 편입되는 종목은 정기변경 이후 공매도가 가능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유니슨, 젬백스 등 종목이 과거 공매도 거래비중이 높고 공매도가 금지된 이래 잔고가 크게 줄어든 전력이 있는 만큼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200, 코스피150 등 지수에 미칠 공매도의 여파는 적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설령 공매도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대형주나 일부 중형주 정도로 갯수가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종목 선물이 없으면서 중형주 중에서 많이 오르고 펀더멘탈이 없는 종목에 공매도가 쏠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령 '백신주(株)' 등 특정 이슈에 대한 수혜주로 언급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고, 선물에도 포함이 안 된 중형주 등이 거론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과도하게 주가가 오른 중소형주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수에 포함된 종목만 공매도가 가능해 타깃은 제한적이다"라며 "또한 헤지펀드 쪽에서는 이미 선물을 통해 대형주 주가 상승에 대응해 숏을 쳐와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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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20일 15: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