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분위기…시장에서도 즉각 대응 원해
쿠팡·네이버·카카오의 부상…'미리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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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과의 소통이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아 온 신용평가사들이 시장과의 소통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통 채널의 다양화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선택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늘려가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채권 시장도 변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추후 기업의 등급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평사도 사전 스터디 및 시장의 의견 수렴이 필수가 됐다는 평이다.
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신평사들은 코로나 발발 이후 비대면 행사가 늘어면서 웹세미나 플랫폼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튜브, 줌(Zoom) 등을 이용한 스트리밍 및 실시간 질의응답 서비스를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다.
각 회사별로 한신평은 유튜브 기반 대담형 팟캐스트(Podcas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나신평은 신용평가사 중 처음으로 2019년부터 카카오톡 메신저로 주요 공시정보 알림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기평은 최근 텔레그램 메신저 채널을 개설하고 공시 현황을 알리고 있다. 홈페이지에 'Market FAQ' 메뉴를 신설해 최근 질문들을 중심으로 Q&A를 공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크레딧 쪽에선 과거에는 보수적으로 투자자들과 소통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신용평가사들의 시장과 소통 정도와 퀄리티(질)가 많이 바뀌었고, 정보 수요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일차적으로는 소통 채널을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하는 점과,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업계 전반의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외부에서도 유튜브 등으로 소통 채널이 넘어간 상태라 신평사도 소통 채널을 다양화하게 됐다”며 “시장에서 뎁스(depth) 있는 분석을 원하는 면도 있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이슈별로는 빠르게 답변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대응이 ‘대세’가 됐지만, 어려움도 많다. 신평사의 주요 업무이자 핵심 기능은 우선적으로 등급을 평가하는 일이다 보니, 부가적인 스터디와 리서치를 병행하는 것이 실무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업무 구조상의 애로점으로 꼽힌다. 또 소통 채널이나 포맷도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보니 어떻게 하면 타사와 차별점을 둘 수 있을지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도 많다.
변화의 배경에는 근복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의 영향이 크다. 새로운 산업과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신용평가사들도 언젠가 ‘잠재적 평가대상’이 될 수 있는 곳들에 대한 사전 스터디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서 제기하는 의견 수렴도 중요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부상 등 ‘30대 그룹’ 전통적인 체계가 무너졌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기업들이 대체 하고 있다. 소위 ‘굴뚝산업’에 적용하던 기준들로 해당 기업들을 평가하면 시장에서는 ‘왜 이런 등급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꼽히는 채권 시장의 분위기도 확실히 변하고 있다. 지난해 넷마블도 ‘AA-‘의 등급을 받고 공모채 시장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올해 네이버는 ‘AA+’의 초우량등급으로 오랜만에 공모채 시장 복귀를 했다. 수요예측에서도 이러한 IT, 게임 회사들이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채권 시장 내의 달라진 평가를 확인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지금까지는 깊게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로 한국신용평가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들의 크레딧 점검이나, 산업별 합종연횡 M&A가 활발한 만큼 크레딧 관점에서의 성공적인 M&A를 되짚어 보는 영상 콘텐츠를 제공했다.
나신평은 최근 OTT시장이 커짐에 따라 ‘넷플릭스가 바꿔놓은 미디어산업의 패러다임’이라는 보고서를 냈고, 또 쿠팡의 미국 상장이 관심을 받으면서 ‘아마존과 쿠팡을 통해 본 한국 온라인 소매유통시장 전망’, ‘유통전쟁과 소비자 그리고 신용평가사’ 등의 분석 보고서 및 칼럼을 공개했다. 기존 ‘빅이슈어’인 오프라인기반 유통기업에 쿠팡이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쿠팡이 등급을 받는다면?’ 등의 이슈에 대한 신평사의 고민을 담았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신평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등급이 시장에서 인정을 못 받는건데,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새로운 산업, 급변하는 패러다임에 대해 꾸준히 리서치를 하고 결과물을 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직접 조달이 필요한 곳이 아니어도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언젠가는 이 시장에 들어올 수 밖에 없게 됐을때, 등급 평가에 대한 정당성을 얻기 위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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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