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경쟁적 해외 투자…국내사는 '굳이' 반응도
IP 독점·플랫폼 유인 등 목적…"결국 글로벌 1위 싸움"
-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콘텐츠 시장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영미권에서 앞서는 네이버, 일본시장 우위에 오른 카카오는 각각 글로벌 IP(지식 재산권) 우위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및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양사의 웹툰 자회사들이 모두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외형확장 전략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1일,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웹툰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12일 카카오 또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외신을 통해 “1년 뒤 카카오엔터의 한국과 미국상장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회사가 대규모 해외 투자를 이어가면서 해외 증시 상장 준비는 예견된 바다. 이전에도 두 회사가 콘텐츠 관련 투자를 해왔지만, 카카오가 네이버의 ‘아성’을 넘보면서 본격 M&A 레이스가 시작됐다.
-
지금까지 글로벌 웹툰 시장은 네이버가 선도해왔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글로벌 연간 거래액이 800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월 이용자(MAU)는 670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프랑스,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구글플레이 만화 앱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카카오가 일본에서 빠른 성장의 성과를 보이면서 긴장감이 올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네이버의 라인망가가 매출 1위였지만 7월 카카오의 픽코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9월 픽코마는 일본 양대 앱마켓(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에서 만화 앱을 포함한 비게임 부문 통합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만화 종주국’인 일본에서 카카오 성장은 네이버에 위협적이다. 라인망가 등 대다수의 만화 플랫폼이 2013년 출시했지만 픽코마는 2016년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주자’다. 일본 디지털 만화시장 규모는 4조5109억원(추정치)으로 세계 1위다. 중국(1조7806억원), 미국(1조6619억원), 한국(1조5432억원)이 뒤를 잇는다.
웹툰 시장에서 ‘완벽한 1위’라고 생각하고 있던 네이버가 위기감이 올랐고, 올초 북미 1위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깜짝’ 인수했다. 웹툰에 비해 입지가 약했던 웹소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로, 네이버의 역대 최대 외부 법인 투자 규모(6억 달러)다. 이달 초 네이버는 국내외에서 ‘웹툰(webtoon)’상표권 선점에 나서기도 했다.
카카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입지가 약한 북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M&A에 나서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와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미디어 인수를 동시 추진하고 있다. 타파스미디어는 현재 인수 단계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진다.
M&A 경쟁은 국내로 이어졌다. 최근 국내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가 매물로 나오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문피아는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외하면 최대 웹소설 플랫폼이다. 문피아의 기업 가치는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다만 두 회사가 과연 인수를 완료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문피아 인수는 카카오 측이 먼저 태핑했고 네이버가 뒤늦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두 회사 모두 국내가 급한 상황이 아니다보니 굳이 국내에서 ‘비싼 돈 들여’ 플랫폼을 인수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IB)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대기업들이 IP기업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선 빠른 성장을 위해서 큰 금액의 투자를 집행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편”이라며 “FI(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는 엑시트(exit)가 과거엔 오로지 상장만 바라봤다면 이젠 해외처럼 다양한 인수합병 기회들이 열리고 있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
-
두 회사가 콘텐츠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IP의 중요성이 커졌다. 최근 드라마 등이 웹툰이나 웹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흥행한 웹툰·웹소설을 원천 소스로 쓰면 우선 ‘위험부담’이 적은 것과 동시에 스타 작가를 쓰는 것보다 회당 비용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IP’ 자체 보유보다는 ‘IP 독점권’을 초기에 선점하고자 함이 크다. 창작물의 IP는 1차적으로 원작자(작가)가 가장 우선의 권리를 가진다. 다만 플랫폼에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투자를 하는 등 지분을 가지게 되고, 해당 작품이 영상 등 2차·3차 비즈니스로 확장할 때 독점권 및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예로 카카오엔터는 원천 IP와 영상까지 콘텐츠 사업을 수직계열화했는데, 영상물 제작 시 자사 웹툰 등에 IP 독점권을 가질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 등이 모두 해외 상장을 하려고 하고 있으니 그때까지는 M&A를 통한 외형 확장을 한동안 계속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만화와 소설 시장에서 한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누가 글로벌 1위를 차지하냐 문제고, 그렇다보니 공격적일지라도 투자할 만한 시장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22일 11: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