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통신 품질 관리 부실로 비난 이어져
"KT 경영진,신사업·주가 부양에만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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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정보기술(IT) 전문 유튜버의 고발로 시작된 인터넷 속도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KT가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기업) 전환 등 ‘비(非)통신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본업인 ‘통신’에서 품질 관리에 소홀한 점이 드러나면서 KT 내외부에서 자성 및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KT의 인터넷 속도 논란은 유튜버 ‘잇섭’이 10Gbps(기가비피에스) 요금을 냈지만 실제 그보다 100분의 1 수준인 100Mbps(메가비피에스) 속도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영상을 게재하면서 촉발됐다. 10Gb 인터넷은 월8만8000원 요금제에 해당하는 속도인데, 실제로는 월2만2000원의 100Mb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측정되면서 공분을 샀다. 국내 KT기가인터넷 가입자는 580만명 이상이다.
KT의 초기 대응은 문제를 키웠다. KT는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하고 반항을 일으키자 홍보대행사를 통해 해당 유튜버에게 동영상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같은날 하청업체에 긴급 문자를 보내 속도저하의 책임을 떠넘기는 ‘갑질’을 이어갔다. 여론이 악화하자 KT는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웠고, 구현모 대표가 “많은 분이 KT기가인터넷을 사랑해주시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죄송스럽다”며 공개 사과에 나섰다.
해당 논란은 결국 정치권으로 번져 방송통신위원회가 KT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실태 전수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KT 내부에선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구현모 대표 등을 포함한 경영진이 본업인 통신보다 신성장동력으로 내거는 비통신 부문에만 매달리면서 나온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구 대표 취임 이후 KT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 부문을 강화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콘텐츠 사업의 본격 확장도 선포했다.
특히 구 대표가 주가 부양에 큰 관심을 쏟으면서 독과점인 통신 시장보다는 주가를 띄울만한 신사업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는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구 대표는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주가에 기업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점은 제일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11월 KT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최근 주가 상황만을 관리하는 별도 조직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이 KT가 외부적으로 ‘비통신’과 ‘주가 부양’을 강조하는 동안 본업인 통신업 관리에는 소홀했던 실태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 별도로 있던 네트워크운용본부를 광역본부로 통합하면서 내부에서는 네트워크 품질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네트워크 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이 영업 실적을 중시하는 광역 본부 산하가 되면서 네트워크 질보다 실적에 더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KT 관계자는 “회사가 디지코 전환 등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내부에선 체감을 잘 못하고 있다”며 “통신이 본업이자 베이스캠프인데 이 사업 안정이 되고 다른 영역 공략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본부 등 현장에서도 과도한 실적 경쟁 및 줄세우기,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계속 해 왔으나 경영진이 ‘문제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며 “회사 문화가 보수적이다 보니 문제제기를 하면 ‘긁어 부스럼’ 아닌가 하는데, 결국 이번 사건도 누적된 문화에서 나온 문제”라고 덧붙였다.
KT가 ‘AAA’급의 최고 등급 신용도를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은 통신업의 안정성이다. KT와 SKT는 국내 민간 기업 중 유일하게 AAA의 초우량 기업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유무선 통신서비스시장 내 과점적 시장지위와, 이에 따른 최고 수준의 사업 안정성이 AAA등급의 핵심 기반이다. 무디스와 S&P 등 글로벌 신평사에서 KT와 SKT 에 우량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이유도 정부 규제 하의 과점적 시장지위가 크다.
KT 등 통신사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또 통신업의 ‘안정성’을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도 통신 품질 부실은 반갑지 않은 이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터넷 품질 논란이 당장 직접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뻔하다’란 인식을 시장에 다시금 심어준 꼴”이라 평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올 초 신년식에서 “디지코로 전환해 고성장 신사업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과연 본업 관리조차 되지 않는 KT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를 마쳤을 지는 물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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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23일 14:3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