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관련 업급 無…분기 IR인 데다 책임자급은 불참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 부상…적극적 행보 부담스러워
“M&A 시 ‘총수 부재도 문제 없다’ 인식 부담스러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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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자동차 반도체사 인수 가능성이 대두되며 삼성전자 1분기 IR이 주목을 받았으나 M&A 관련 언급은 없었다. 분기 실적을 공유하는 자리기도 했지만 총수가 없는 지금은 M&A 의중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이 오가는 상황에서 대형 M&A 카드를 꺼내면 ‘총수가 없어도 문제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대형 M&A 계획을 내비쳤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3년 안에 의미있는 M&A를 추진하겠다 밝혔다. 지난달 김기남 부회장도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M&A 대상을 탐색 중이라고 했다. 최근엔 해외에서 삼성전자가 NXP,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차량용 반도체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형 M&A 기대감이 고조되다 보니 삼성전자의 입에 관심이 모아졌다. 29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M&A에 관한 언급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었는데 결국 아무런 발언도 없었다.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Q&A) 때도 M&A 관련 문의가 없었다. 국내외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사업 부문의 전망, 향후 계획 등을 묻긴 했지만 M&A 계획이나 잠재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키옥시아(전 도시바메모리) M&A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문의만 있었다.
이번 IR엔 서병훈 부사장(IR팀장), 한진만 부사장(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을 비롯 전무, 상무급 임원들이 나섰다. 직급이나 맡은 역할을 감안할 때 반도체 분야 대형 M&A를 언급할 위치가 아니었다. 게다가 연간 사업 성과를 결산하는 자리가 아니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다 보니 실적 외의 중대 발표를 하기도, 묻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다.
삼성전자가 지금 M&A 계획을 내놓기에 시기가 미묘하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사면론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론 이후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반도체 산업이 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 경쟁도 격화하는데 삼성전자는 수장이 없어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총수가 없다고 M&A를 못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는 규모가 작은 경우고, 과거 하만처럼 그룹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대형 거래는 총수의 의중이 여전히 중요하다. 담당 부서에서 언제든 M&A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는 하겠지만, 이 부회장 부재 상태에선 의사 결정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각계에서 이재용 부회장만이 국가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미국의 반도체 굴기에서 이 부회장이 한국의 협상 선봉장이 되어야 하고,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IR 전날 이건희 회장 유산의 사회 환원책이 발표되며 여론도 다소 부드러워졌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삼성그룹의 문화재 기증은 높이 평가하지만 사면은 별개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발표하기라도 하면 ‘총수 부재 위기론’과 사면 주장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총수가 없어도 기업의 경영활동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심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출입하는 한 자문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당장이라도 M&A에 나설 역량이 있지만 지금 움직이면 총수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인식을 줘 이재용 부회장 거취에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IR에서 M&A 질문이 나오기라도 하면 난처해지기 때문에 꼼꼼한 삼성전자 스타일 상 미리 질문 방식에 대해 언질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삼성전자의 자금력을 감안하면 하지 못할 M&A는 거의 없지만 잠재 인수 대상 기업들의 몸값이 크게 올라있다는 점은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시가총액은 약 190조원이고 아날로그디바이시스(약 65조원), NXP(약 62조원) 등의 몸값도 천문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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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