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물류투자 더뎌 기존 투자금 남아
FI는 내년 중 잔여 투자금 출자 권리 있어
최초 기업가치 고정…FI 추가 출자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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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이 내년 초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3000억원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추가 투자를 요청할 권리, FI는 투자할 권리를 각각 갖는다. 투자는 최초 합의한 기업가치에 맞춰 이뤄지는데 SSG닷컴이 성장세라 FI가 추가 투자하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내년 초까지 신세계그룹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FI가 투자를 집행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초 신세계와 이마트로 나눠져있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며 사모펀드(PEF)로부터 1조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다음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BRV캐피탈, 루터PE와 컨소시엄을 꾸려 SSG닷컴에 7000억원을 출자하고 지분 23%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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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은 FI 투자금을 활용해 물류 인프라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2019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그해 물류설비 증설에 1235억원을 투자했고, 향후 3년간 1조3118억원(2020년 2171억원, 2021년 2943억원, 2022년 800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투자 속도는 더뎠다.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물류센터 투자는 551억원에 그쳤고, 향후 3년간 투자 계획도 3662억원에 불과하다. 직접 물류센터를 꾸리는 것보다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PP(Picking & Packing)센터로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SSG닷컴 대표도 겸임하며 PP센터 활용이 두드러졌다.
자연히 SSG닷컴의 현금 지출도 많지 않았다. FI를 유치한 해 현금성자산은 6926억원이었는데 작년엔 523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더블유컨셉 인수에 2650억원을 썼고, 신세계I&C로부터 SSGPAY 사업부문(플랫폼사업부)을 606억원을 쳐주고 인수했다.
SSG닷컴은 아직 FI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FI와 맺은 약정에 따라 나머지 투자금도 SSG닷컴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내년말까지 1회에 한해 FI에 잔여자금 3000억원에 대해 추가 출자를 요청할 수 있다. FI는 내년 1월부터 내년 말까지 1회에 한해 SSG닷컴이 FI에 주식을 발행하도록 청구해 투자금을 넣을 수 있다.
추가 투자는 최초 합의한 기업가치에 따라 이뤄진다. 신세계그룹과 FI가 합의했던 SSG닷컴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원이다. 3000억원이 더 들어가면 FI 총 투자금은 1조원, SSG닷컴 지분율은 30%가 될 전망이다.
투자 가치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SSG닷컴의 실질 가치에 따라 신세계그룹과 FI의 입장이 달라진다. SSG닷컴의 기업가치가 처음보다 낮아졌다면 신세계 쪽이 투자를 요청하는 것이, 높아졌다면 FI가 자금을 넣는 것이 유리하다. FI들은 처음보다 SSG닷컴의 가치가 두배가량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요청이 없더라도 FI들은 내년 초엔 투자금을 넣을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이 당초 계획했던 물류센터 투자를 집행하지 않았던 터라 FI 투자금이 아직 남아 있을 것”이라며 “FI들은 SSG닷컴 기업가치가 올랐다고 보기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요청이 없더라도 내년 초에는 추가 출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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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03일 16:1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