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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는 최근 CJ대한통운과의 협업 소식을 알렸다. 그간 수도권 거주 고객에게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온 마켓컬리는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마켓컬리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출고된 신선식품을 CJ대한통운이 각 물류거점으로 운송받아 고객에 배송하는 구조다. 내달 충청권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엔 남부권까지 대상지역을 넓혀 전국단위로 확장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신세계 등 업계 유력 사업자들과 물류협업 소식을 알려왔기에 마켓컬리와의 제휴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됐다. 하지만 새 협업 파트너사로 마켓컬리가 낙점됐다는 소식은 다소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마켓컬리는 쿠팡에 이어 미국 증시 상장을 우선적으로 검토 중인 곳이다.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최대한 키울 수 있는 상장 전략 구상을 고심 중이다. 국내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도입한 컬리는 그동안 자체 물류망을 회사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쿠팡과 비교하면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엔 자체물류라는 컬리만의 '색깔'이 있었다.
다만 서비스 권역이 수도권에 그친다는 점은 고질적인 한계로 지목돼 왔다. 현재 수도권에선 더이상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송권역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수도권 이외 지역에도 물류센터를 추가로 건립해야 하지만 결단이 쉽지만은 않다. 인구가 밀집돼 있는 수도권에 비해 이외 지역은 투자금 규모 대비 생산규모가 크지 않다.
투자금은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최근 추가 투자금 유치를 위해 원매자들과 접촉 중이다.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놓고 검토 중이나 업계에선 또 한번의 시리즈 투자로 해석하고 있다. 희망 투자규모로는 최대 3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회사 내부서 계획하는 향후 2년간의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3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되는 만큼 사실상 추가투자 없이는 사업 영위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기존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기업가치를 더 높여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긴 쉽지 않다.
결국 마켓컬리는 '택배사와의 제휴'를 회심의 카드로 꺼내들었다. 이미 전국에 배송망이 깔린 택배사와 손을 잡는 식으로 배송권역을 넓히겠단 의도다.
바닥을 드러내는 투자금, 부족한 물류망. 투자업계에선 마켓컬리가 상장을 앞두고 스스로 '상장 고민'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한 증권사 유통 연구원은 "마켓컬리는 앞서 나가긴 했지만 빨리 가는 데는 실패했다. 국내 사업자 중 가장 먼저 새벽배송을 시작했지만 자금력이 풍부해 규모를 단번에 키울 수 있는 대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컬리만 할 수 있던 사업에서 자금력만 받쳐주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산업으로 달라진 와중에 컬리가 내놓은 '택배사 제휴' 카드는 안 하느니만 못 한 카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장 전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여지도 남겼다. 새벽배송 특성상 일반배송보다 비용부담이 더 큰데 택배사에 외주를 주는 만큼 소요시간이 늘며 배송단가가 올라가게 된다.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컬리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포장한 뒤 CJ대한통운 충청권 물류거점으로 보내 배송하는 체계다 보니 수도권에 비해 배송단계가 추가된다.
마켓컬리는 2016년 이후로 매출원가율이 70%대 중후반에서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최저가 판매 품목을 확대하고 첫 구매고객에겐 특정상품을 100원에 팔고 무료배송하는 등 고비용 마케팅을 더욱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마켓컬리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는 '상장에 대한 조급함'으로 요약된다. 마켓컬리는 최근 들어 신선식품 이외에도 공산품도 판매하는 등 판매품목을 다양화했다. 그간 사업모델이 확장성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틈새시장을 더 넓혀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과의 제휴 등은 당장 마켓컬리의 부족한 약점을 보완해줄 순 있다는 평가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전국단위 물류망 확장, 바닥을 드러내는 투자금, 확장성에 대한 고민 등 스스로 체감하는 약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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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30일 09:07 게재]
입력 2021.05.06 07:00|수정 2021.05.10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