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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이 국내 소매금융 사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해당 부문 매각이냐 청산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금융사들의 인수의지는 높지 않다. 은행업 자체의 성장성을 높게보지 않을 뿐더러 인터넷 은행 출범 등으로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영향도 있다.
현재로선 청산이 유력한 가운데 그래도 경쟁력 있는 자산관리 부문(WM) 만이라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27일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방안에 대핸 논의했다.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를 놓고 의논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내용은 확정하지 못했다.
씨티은행 입장에서야 전체 매각이 이뤄지는게 가장 좋은 경우일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 이런 방식으로 매각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일본의 씨티은행은 2014년 개인금융 매각 의사를 여러 은행에 타진해 최종적으로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이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체 임직원수만 3500명이고, 소매금융 임직원 수는 2500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고액 연봉자다. 은행권에선 우스갯소리로 씨티은행에선 전화상담원 연봉도 1억원이 넘는다란 말이 나온다. 씨티은행 인건비 구조를 보고 국내 은행들은 혀를 내두른다.
또한 시중은행들은 점포 줄이기에 혈안이다. 금융당국 눈치때문에 정리하고 싶어도 못하는 소매금융을 큰 돈을 들여서 늘린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
그나마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WM 사업이다. 은행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이다 보니 WM 정도는 충분히 인수할 곳이 있을 것이란 평가다. 방식도 회사를 그대로 사오는 게 아닌 WM 부문의 자산과 부채만을 가져오길 바란다.
이런 P&A(purchase of assets & assumption of liabilities) 방식은 이미 저축은행 인수에서 흔히들 사용되어 왔다.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할때 인수자가 부실금융기관의 우량한 자산과 부채만을 떠안게 하는 것으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청산보다는 이 방법을 택했다.
씨티은행도 이런 방식이 현실적이란 점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노조다. 노조에선 전 직원 고용 승계와 분리매각, 자산매각(철수)를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위원장과의 면담도 요청하고 있다. P&A 방식은 노조가 결사 반대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회사가 힘으로 밀어부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간 공들인 WM 부문도 지키기 힘들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조 설득에 나서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확실한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WM 부문을 팔 수 있다면 그게 청산보다는 남는 장사일 것이란 게 금융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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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02일 07:00 게재]
입력 2021.05.06 07:00|수정 2021.05.07 13:40
저축은행 사례 되짚어 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