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인 홈쇼핑 업계…플랫폼 인수도 '만지작'
E&M·오쇼핑 합병 '미디어커머스' 성과 못내며
시장에선 "약속한 시너지 반만 보여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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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 1위인 CJ ENM 커머스 부문이 ‘홈쇼핑’을 떼고 통합 브랜드를 선보인다. 전통 유통채널의 정체된 성장성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황에서 ‘변신’에 나서는 것은 격변하는 유통상황에 대한 조급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과거 CJ ENM이 E&M과의 합병 당시 제시한 ‘미디어커머스 시너지’ 성과가 여전히 미미한 가운데 통합커머스 브랜드 출범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28일 CJ ENM은 간담회를 열고 CJ오쇼핑 계열의 모든 쇼핑채널을 통합하는 새 브랜드 'CJ온스타일'을 다음달 출범한다고 밝혔다. TV홈쇼핑(CJ오쇼핑), 인터넷쇼핑몰(Cjmall), T커머스(CJ오쇼핑플러스)를 단일 브랜드로 통합하고 TV와 모바일 채널 경계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신흥 유통 강자들이 판도를 바꿔가면서 전통 업체들은 성장 방안 모색에 분주하다. GS리테일은 7월 예정된 GS홈쇼핑과 합병 이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온·오프 통합 커머스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기존의 유통 패러다임은 가격과 속도 경쟁으로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라며 “CJ온스타일은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새로운 화두 아래 성숙기에 접어든 TV홈쇼핑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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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업체들의 ‘성장성 고민’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중장년층 고정 소비층의 높은 채널 충성도를 바탕으로 이익은 꾸준히 나오지만, 고객 확장성과 TV송출수수료 증가 등 성장성 한계는 계속 지적돼왔다. 지난해 코로나 특수로 홈쇼핑 업체들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미 성숙기인 시장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있다.
최근의 라이브커머스 시장 성장도 부담이다. 영상으로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는 콘셉트 자체로 보면 홈쇼핑이 ‘원조’다. 다만 유통 업체들이 채널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서면서 홈쇼핑만의 강점도 애매해졌다. 라이브커머스 부문에서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에 고객을 뺏기지않고 ‘록인(Lock-in)’ 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성장성 고민이 커지면서 CJ ENM이 패션테크 플랫폼 M&A 딜에도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패션테크 플랫폼 인수로 모바일 부문 강화와 오픈마켓 플랫폼 확장, 젊은 고객층 확보라는 장점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매각 절차에 돌입한 패션테크 플랫폼 ‘29CM’는 무신사와 CJ ENM이 잠재 희망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4월 초 신세계그룹(SSG닷컴)이 인수한 패션테크 플랫폼 ‘W컨셉’ 매각 딜에서도 CJ ENM이 잠재 인수자로 꼽혔다. 우선협상자 선정 전만 해도 CJ ENM이 진성 원매자 중 하나로 예상됐지만, IMM PE측과 CJ그룹 측의 희망 가격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커머스 부문이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숫자 자체는 괜찮았고 이익도 계속해서 나오는 부문이긴 하지만, 코로나 특수를 제외하면 성장률은 낮은 편”이라며 “자체적으로 성장 안나오는 커머스 업체들이 M&A 밖에 답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인데, CJ가 M&A는 지속적으로 하던 그룹이니까 플랫폼 인수 의지가 있긴 하겠지만 갖다 붙인다고 성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가 간담회에서 “어디까지 바꿔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TV홈쇼핑 리뉴얼 수준이 아닌 모바일판 홈쇼핑으로 재건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강력한 ‘탈바꿈’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CJ ENM이 과거 약속한 ‘미디어 커머스 활성화’의 성과가 미미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통합 브랜드 출범 효과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CJ그룹은 2018년 “미디어와 커머스 역량을 합쳐 디즈니 등과 경쟁하는 세계적인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각각 홈쇼핑업과 콘텐츠사업을 영위하던 CJ오쇼핑과 CJ E&M을 합친 CJ ENM 합병법인을 출범시켰다. 기존 그룹 지주회사인 CJ㈜가 CJ오쇼핑과 CJ E&M에 각각 41.9%, 39.4%의 지분을 갖고 있었고, 합병 이후 CJ ENM 합병법인에 40.08%의 지분을 갖게 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양사의 합병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면서 주주들의 공감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최근까지 CJ ENM 측은 드라마 속 제품 노출로 마케팅을 하는 등의 ‘꼭 합병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의 활동만 보였다는 평이다.
올해 3월 컨퍼런스콜 질의응답 시간에 “합병 당시 내건 미디어와 커머스 합친 시너지를 잘 모르겠다”, “리테일에서 홈쇼핑 입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라이브커머스 대응 등 콘텐츠와 커머스 시너지 전략을 공유해달라”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CJ ENM 측은 “모바일 경쟁력 제고 위한 제휴 모델 등 여러가지 옵션을 고려하고 있고, 특정 업체에 국한되지 않고 사업자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다시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8년 CJ E&M과 CJ오쇼핑이 합병할 때 약속했던 ‘미디어와 커머스 시너지’ 계획의 반만 보여줬어도 지금의 고민이 줄었을 것”이라며 “결국 그룹차원에선 합병의 목적이 ENM이 가진 '캐시'였던 셈인데, 합병 명분으로 내세운 시너지는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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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