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피어 기준 인수가 과도 지적
공격적 M&A에 작가들 "정체성 유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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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왓패드 인수를 종결했다. 북미 최대 웹소설 기업을 합병하는 만큼 시너지에 대한 업계 기대감이 커 보인다. 5월 내로 트래픽 교류를 시작, 본격적인 통합 콘텐츠 제작에 들어갈 가운데 시장에 보여줘야 할 과제들도 던져졌다. 고가인수에 대한 논란, 인수·합병(M&A)에 따른 정체성 혼재 우려 등이 거론된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 건을 이사회에서 결의, 이달초 인수를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왓패드는 네이버가 지난 1월 지분 100%를 6억달러(한화 6520억원)에 인수한 소셜 스토리텔링 플랫폼이다.
조달자금으로는 현금과 자사주가 활용됐다. 이날 취득금액 중 자사주를 활용한 지급금액 확정에 따라 왓패드 주식 2억4851만주를 6848억원을 들여 100% 취득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취득금액 중 5079억1095만원은 현금, 1769억3003만원은 자기주식으로 지급된다.
왓패드 인수를 마치며 네이버웹툰과 연계한 사업모델 구축도 시작될 계획이다. 양사 이용자 트래픽 교류를 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웹툰·웹소설 각 플랫폼에 동시 런칭하겠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미국 iOS 웹소설 앱(오디오북·eBook 제외) 인기순위 1위 업체를 합병하는 만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왓패드는 기성 작가나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려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출판 문턱이 다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기준 10억개에 가까운 스토리가 등재됐다.
업계에선 다소 비싸게 샀다는 평가가 거론, 과열됐던 기대감이 차츰 냉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왓패드 인수가(6520억원)는 지난해 PSR(주가매출비율) 기준 16.9배 수준, 올해 예상 매출액 기준으로는 10배 수준이다. 글로벌 피어인 China Literature이 지난해 6배를 받았다는 점에서 낮은 밸류에이션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직전 기업가치는 2018년 텐센트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 시 책정받은 3억9800만달러(한화 4450억원)였다.
동종기업 한 투자 담당자는 "이 시장을 PER(주가수익비율) 등 전통적인 멀티플로 밸류에이션할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왓패드 인수가는 다소 과도한 면이 있다. 월간 이용자(MAU) 규모가 9000만명으로 외형이 큰 편인데 실제 매출은 400억원으로 이에 크게 못 미친다. 매출 대부분 광고에서 기인하는 만큼 자체 콘텐츠 수익모델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본다"며 "몸값이 다소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우려도 충분히 제기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고에 편중돼 있는 매출 비중은 네이버 본사 입장에서도 고민거리다. 네이버는 이번 1분기 콘텐츠 사업 등 신사업에서 두드러진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서치플랫폼 등 광고매출이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 대해 내부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보고 있다. 최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도 "현재 왓패드는 MAU 풀(Pool) 대비 광고가 대부분 수익 모델인데 하반기에는 네이버웹툰의 고도화된 수익모델을 이식해 수익화를 확대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익성과 본질 경쟁력'을 중시하는 카카오에 반해 네이버는 '트래픽 끌어와 광고매출'을 주된 전략으로 삼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 당장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광고규모를 키울 수 있는 MAU 트래픽이 더 중요한 지표일 수 있다.
다만 경쟁사인 카카오와 비교해 비교적 젊은 층을 타깃하는 만큼 몸집만큼 수익 실현이 비교적 요원한 점은 여러 차례 지적받는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시장 내 주로 타깃하는 연령층이 다르다. 카카오에선 주로 30~50대를 목표로 남성층에겐 무협·SF·판타지, 여성층에겐 하렘물이 인기다. 반면 네이버는 주로 10대를 타깃, 인기 콘텐츠는 학원물"이라며 "유저 중 Z세대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왓패드는 네이버가 인수를 결심할 이점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주 이용층이 핵심 소비계층은 아닌 만큼 수익화가 비교적 요원한 점은 고민거리일 것"이라 전했다.
네이버는 그간 글로벌 콘텐츠 사업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인수할 만한 플랫폼 회사들을 물색해 왔다. 자사주 및 현금성자산 등 재무여력이 여전히 양호하다는 점에서 추가로 플랫폼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웹툰에 비해 입지가 다소 약했던 해외 웹소설 업체들이 잠재 인수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국내 업계 3위인 문피아의 최종인수후보로도 낙점돼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이란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는 만큼 개별 플랫폼 내 작가 문화가 혼재될 가능성은 우려 요인이다. 실제로 국내 웹소설 작가들 내에선 소속 플랫폼이 네이버에 종속되면서 고유의 작가 정체성이 보장받기는 이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평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웹소설 작가는 "네이버 같이 자본력 강한 대기업이 웹소설 시장에 지속 관심을 보이는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대기업이 업계 내 마이너한 플랫폼 인수에 나서고 있는데 소속 작가의 정체성이나 팬덤 문화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주변에서 우려의 시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09일 09:00 게재ㆍ11일 1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