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 PEF 펀드 소규모 多...실질적 투자 저변 확대 여부는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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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규제 시행이 임박하면서 증권계열 사모펀드(PEF)들이 다양한 투자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 그동안 ‘10% 룰’에 가로 막혀 중소기업 딜 위주로 투자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투자 영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가 변화했다고 단번에 투자의 문호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기관투자자의 관리 및 감독 의무는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데다, 전통 사모펀드(PEF) 역시 바이아웃(Buyout) 딜 외의 방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사모펀드 규제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규정해둔 사모펀드 분류기준을 없애고 기관전용과 일반 사모펀드로 일원화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적용되던 경영권 참여 관련 규제들이 사실상 폐지된다. ▲ 출자금 50% 이상 2년 내에 주식 투자 ▲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 취득 또는 사실상의 지배력 행사 의무 ▲ 취득 주식 6개월 이상 보유 등의 규제가 없어진다. 또한,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파생상품과 같은 다양한 투자대상에 대한 자산운용이 가능해진다.
해당 규제 변화로 증권계열 PEF들이 가장 반색하는 요인은 대기업 딜(거래)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기업 딜은 소수지분 투자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자금 규모가 큰 경우가 대부분이라 증권계열 PEF가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10% 미만으로도 투자할 길이 열리면서 대규모 딜에도 일부 지분을 투자하는 사례가 이론상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증권계열 PEF들은 2000억~3000억원정도로 펀드 규모가 크지 않다. 조 단위 펀드가 많지 않은 가운데, 소규모 펀드 전체를 온전히 한 회사에 투자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단일 건에 200억~300억원 가량 투자하는 데 그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1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처럼 몸값이 이미 높아진 기업에 투자하기 어려웠다”라며 “2000억~3000억 펀드 전체를 투자해도 지분 10%를 취득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카카오뱅크 주주인 예스24는 구주 568만1393주(지분율 1.40%)를 처분할 계획을 세웠었다. 예스24가 보유한 구주 전체를 매입한다 하더라도 10% 이상 투자해야 하는 규제에 막힐 뿐더러, 10%를 매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금부담이 상당해진다. 당시 기준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약 11조원으로 지분 10%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1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1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가 아닌 이상 카카오뱅크 지분 투자에 참여할 기회는 사실상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해당 규제가 없어진다고 당장 대기업 딜을 포함해 모든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많이 조성되고 있는 구조혁신펀드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 등은 해당 펀드 특성상 대기업 지분투자를 포함하기 어렵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구조혁신펀드는 운용사의 투자 지분율이 10% 정도는 넘어야 구조조정이라는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 10%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단번에 1~2% 지분 투자 기회가 생겨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관투자자는 벤처펀드, 바이아웃펀드 등 다양한 목적의 펀드를 통해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조성된) 펀드 성격을 지키는 데 엄격한 편”이라고 말했다.
해당 규제 변화로 증권계 PEF뿐만 아니라 대형 사모펀드(PEF)들도 소수지분 투자를 위한 펀드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이 치열진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이미 대기업 바이아웃 딜을 통해 돈독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두고 있는 만큼, 이번 규제 변화로 대형 사모펀드들이 투자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IMMPE와 VIG파트너스는 대출형 펀드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PEF 운용사들이 조성하던 에쿼티(지분) 투자 방식의 펀드와 달리 직접대출이나 메자닌, 벤처대출, 재간접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포함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10%룰 폐지는 기관투자자 전용 펀드들이 법규상에 적용을 받기보다는 기관투자자의 개별적이고 정성적인 관리·감독 의무에 더욱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앞으로 공제회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고 지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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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