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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시장에서 투자 ‘주의보’가 현실화 되고 있다. 대어급 공모주로 기대를 모았던 SK IET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서 형성된 후 상한가)’에 실패하더니,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마저 나왔다. 그동안 공모주 투자 시장에서 통용되던 ‘청약에 성공하면 손실은 안 본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공모주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17일 상장한 화장품 제조회사 씨앤씨인터내셔널 주가는 시초가가 4만7250원으로 공모가(4만7500원) 대비 0.5% 밑돌았다. 장중 10% 넘게 하락했다가 반등 후 다시 10%대 하락폭을 보이는 등 주가가 큰 폭으로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1997년 설립된 국내 색조화장품의 제조사개발생산(ODM) 회사로 글로벌 4대 브랜드 품질검사를 통과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과정에서 1029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공모가 역시 희망밴드의 최상단인 4만7500원에 확정된 바 있다.
그럼에도 상장 직후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미 전조현상은 있었다. 지난주 대어급 공모주로 불리던 SK IET 주가가 ‘따상’에 실패한 뒤로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건강기능식품 에이치피오 역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이후 상장 첫 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90% 선에서 결정됐고, 10% 이상 급락하며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청약에 실패한 뒤 상장 직후 주식을 사더라도 수익률을 냈었지만, 이번 SK IET 상장을 기점으로 갈수록 단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상장 직후 투매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는 곧 공모주 시장에서 상장 이후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점차 줄고 있다는 의미로, 공모주 시장의 과열 열기가 한 풀 꺾였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음 차례로 상장을 준비 중인 회사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투자 심리 분위기를 많이 반영하는 공모주 시장의 특성상, 언제라도 해당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특히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장외시장에서 이미 몸값이 높아진 기업의 경우 자칫 기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장외가가 급등하면 공모가가 부풀려진 상태로 상장할 수 있어 상장 후에도 주가가 고꾸라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크래프톤 장외시장 주가는 작년 초 40만원대에서 최근 300만원에 이를 정도로 크게 뛰었다. 이에 크래프톤은 액면분할을 결정, 현재 주가는 50만원 중반대에 형성됐다. 카카오뱅크 주가 역시 10만원대로 올해 초 7만원대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더욱이 올해 안으로 상장을 마무리 지으려는 회사들은 줄을 잇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공모주 투자 열풍을 계기로 대기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사모펀드(PE)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목적 등 여러 이유들로 저마다 상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7월과 8월에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계열사를 비롯해 크래프톤, 현대중공업, 한화종합화학 등 대어급 공모주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공모주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종목이나 업종에 크게 상관없이 공모주 시장에 자금이 몰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점차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욱 헥사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그동안 공모주 시장에서 청약 후 승률은 60%대였지만 작년부터 80%대로 오르는 등 비정상적으로 과열 현상을 보여왔던 것”이라며 “SK IET를 기점으로 공모주 시장에서 ‘청약 성공 = 수익’이라는 등식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게 됐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면밀한 종목 분석 등을 통해 공모주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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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17일 16:04 게재]
입력 2021.05.17 16:05|수정 2021.05.17 16:10
SK IET, 에이치피오, 씨앤씨인터내셔널 등 공모주 부진 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