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거래 위상 상이…SI 참여 여부 가장 달라
휠라는 아쿠쉬네트 덕 톡톡…골프산업 전망 엇갈려
PEF 단독 인수 테일러메이드, 의류부문 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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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며 아쿠쉬네트 M&A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글로벌 3대 골프기업이라는 공통점 때문인데 세부적으론 다른 면이 많다. 아쿠쉬네트 때는 처음부터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했지만 이번엔 PEF가 단독으로 나섰다. 미래에셋을 위시한 FI들과 휠라가 공동으로 아쿠쉬네트 인수, 수년 뒤 IPO까지 마무리하자 시장에서는 "모든 수혜가 휠라와 윤윤수 회장에게 돌아갔다"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신 위험을 완충할 SI가 없는 만큼 치밀한 성장 전략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 잠재 투자자들은 골프산업에 언제까지 팬데믹 특수가 이어질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신생 PEF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는 이달 테일러메이드 지분 100%를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 자금은 지분출자 6000억원, 메자닌 3000억원, 인수금융 9000억원 등으로 배분할 예정이다.
테일러메이드는 아퀴쉬네트, 캘러웨이와 함께 글로벌 3대 골프 브랜드다. 아쿠쉬네트는 2011년 휠라코리아(현 휠라홀딩스) 컨소시엄이, 테일러메이드는 이번에 센트로이드가 인수했다. 두 거래는 3대 브랜드, 조단위 거래, 여러 투자자들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는데 세부 실행 방식은 차이가 난다. 두 거래의 위상부터, 투자자 구성까지 다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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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쉬네트 M&A는 휠라와 미래에셋PE 컨소시엄이 인수하면서 ‘조단위 글로벌 1위 기업 인수 거래’라는 상징성을 내세웠다. 국민연금이 앵커 LP(핵심 출자자)로 나섰고, 당시 쏠쏠한 성적을 내던 우리-블랙스톤과 네오플럭스도 힘을 보탰다. 산업은행은 인수 자문 및 대규모 달러화 대출까지 맡아 거래를 지원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캘러웨이 등 쟁쟁한 인수자를 제쳤다.
반면 테일러메이드 M&A는 신생 PEF 운용사가 주도했다. 초기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결국 IB 없이 해외 운용사들을 앞질렀다. 새마을금고가 핵심 우군으로 나섰다. 민간 금융사 중에선 대형사보단 중형 증권사들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대규모 달러화를 조달하기 어렵다보니 ‘입찰 제출용 출자확약’ 아니냔 시선도 있었다.
센트로이드는 최근 주요 기관출자자(LP)에 출자 설명회를 진행 중이고, 시중은행들로부터 달러화 조달도 검토 중이다.
아쿠쉬네트는 M&A 당시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10배 수준을 인정받았다. 휠라 컨소시엄 인수 직전 해 1억2100만달러에 불과했던, EBITDA는 작년 2배(2억3320만달러)로 뛰었다. 시가총액은 약 39억달러(약 4조4000억원)에 달한다. 아쿠쉬네트, 캘러웨이 등의 EV/EBITDA는 15~20배 사이를 오가고 있다.
테일러메이드는 2015년 5억달러 남짓이던 매출이 작년 9억달러 이상으로 늘었다. 2017년 KPS에 인수될 때 지분 100% 가치는 4억2500만달러였고, 센트로이드는 17억달러에 샀다. 매출 상승세보다 몸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셈이다.
두 거래의 가장 큰 차이는 전략적투자자 참여 여부다.
아쿠쉬네트 거래에선 휠라코리아가 SI로 나섰다. 아쿠쉬네트 경영을 맡으면서 다른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단계적으로 사오는 구조를 짰다. 아쿠쉬네트는 2016년 뉴욕증시(NYSE)에 상장했다. 당시 시가총액 2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는데, 실제론 13억달러에 미만이었다. 미래에셋PE를 포함한 FI의 수익률은 양호했지만, 처음의 기대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억달러만 댄 휠라코리아가 가장 남는 장사를 했다. 휠라코리아는 상장 후 아쿠쉬네트 지분율을 52%까지 높였고, 톡톡한 수혜를 입었다. 휠라홀딩스 작년 매출 약 60%, 영업이익 절반 가량을 아쿠쉬네트를 통해 거뒀다. 올 1분기 아쿠쉬네트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각각 42%, 461% 늘었다. 휠라홀딩스와 아쿠쉬네트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급등했다. 휠라홀딩스는 17일 아쿠쉬네트 지분 일부를 팔아 현금화(3156만달러)했다.
센트로이드는 처음부터 SI와 연합을 배제했다. 경영권 거래를 따와도 아쿠쉬네트 모델로는 '고금리 대출'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봤다. 신생 운용사가 거래 막판까지 살아남자 대기업이 경영권 인수 의향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운용사는 SI와 손잡더라도 단순 LP로만 초빙하길 원하고 있다. 메자닌 투자도 수익률을 10% 수준에서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투자 성과를 최대화하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위험성도 따른다. 아쿠쉬네트처럼 부담을 분산하고 지분을 사들여 줄 SI가 없으니, 센트로이드의 사업 전망과 경영 전략이 중요해졌다.
테일러메이드는 작년 1억1300만달러의 EBITDA를 거뒀다.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경쟁사 대비 거래 배수는 높지 않다는 평가다. 최종 입찰에서도 경쟁자들과 엇비슷한 값을 써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진입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문제는 이후다. 프로젝트 PEF 투자 성격상 5년 안에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야 한다.
센트로이드는 2021~2025년 사이 테일러메이드 매출은 매년 5%가량, EBITDA는 10% 이상씩 성장할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일러메이드는 골프채 등 장비(Equipment) 분야에선 글로벌 1위인데, 수익성 좋은 골프 의류 분야에선 갈 길이 멀다. 올해 글로벌 어패럴 부문 예상 매출은 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시장은 골프 의류 시장 규모와 성장성이 큰 만큼 유통사를 LP로 끌어들여 협력하면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테일러메이드는 골프채는 1위지만 의류 부문은 아직 취약하다”며 “비싼 골프 의류가 잘 팔리는 한국 시장에서 유통사와 협업하면 이익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 투자자들은 경영 전략보다는 글로벌 골프산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몇 해 전만 해도 골프는 점차 사양산업이 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는데, 팬데믹 이후 해외 여행이 위축되자 반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골프 수요층도 중장년에서 젊은 세대로 넓어졌다. 당분간은 골프 산업의 호실적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과, 언제든 팬데믹 특수가 끝날 수 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테일러메이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금융사 관계자는 “골프공나 의류 분야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만큼 테일러메이드의 성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골프산업의 호황은 팬데믹 반사효과가 큰 만큼 지금 기업가치가 고점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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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18일 10:3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