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전략 화답 풀이…이르면 연내 결실
운용사 및 새마을금고 수익률 보장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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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옛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완전 인수를 추진한다. 사모펀드(PEF)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간접투자한 지 1년 만인데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전략에 발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PEF도 자문단을 꾸려 매각 절차를 준비 중이다.
18일 M&A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를 위해 매그너스 PEF와 초기 협상에 돌입했다. 매그너스 PEF도 최근 삼성증권과 광장 등을 삼아 본격적인 매각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은 키파운드리 인수도 도왔다.
작년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스와 크레디언파트너스는 매그너스 PEF(4256억원)를 꾸려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현 키파운드리)을 인수했다. 총 거래 규모는 인수대금 3억4470만달러(당시 4219억원)와 퇴직충당금 등을 포함해 4억3500만달러(약 5324억원)였다. SK하이닉스가 2073억원을 들여 PEF 지분 49.76%를 확보했고, 나머지를 새마을금고가 부담했다.
SK하이닉스가 거래의 핵심 출자자로 나선 만큼 키파운드리의 최종 행선지도 SK하이닉스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제 겨우 인수 1년인 만큼 PEF의 매각 검토 시기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매각 환경은 우호적이다.
키파운드리는 세계적 반도체 공급난으로 몸값이 크게 올랐다. 작년 초만 해도 공장 가동률이 80%대였지만 현재는 100%로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8인치 공장이 귀한 만큼 적어도 내년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7년만 해도 파운드리 사업까지 포함한 매그나칩반도체 전체 시가총액이 3~4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이젠 파운드리를 제외하고도 14억달러에 달할만큼 반도체사 가치는 천정부지다.
이번 거래는 정부의 반도체 정책과도 연계돼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13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는데, SK하이닉스는 이에 화답해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설비 증설과 M&A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시장에서 조만간 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단 키파운드리는 PEF가 가지고 있고, 새마을금고라는 핵심 투자자가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인수하기까지 몸값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PEF 운용사는 충분한 수익률이 보장돼야 하고, SK하이닉스는 1년 만에 높아진 몸값을 정당화할 근거가 필요하다. 매각자나 SK하이닉스 모두 이번 거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갑자기 움직인 것은 정부의 반도체 전략 발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라며 “아직 당사자들이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늦어도 연내 계약까지 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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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18일 13: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