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이탈은 가속화…경력 채용도 어려워
취임 후 실적도 부진…김용현 대표 '위기'?
-
3년 전까지만 해도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핵심으로 떠오르던 한화자산운용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덩치부터 불렸지만 수익성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회사의 핵심인 운용인력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충원에는 애를 먹고 있다. 한 차례 제기됐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김용현 대표 교체설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화자산운용은 전년대비 4% 오른 2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증시 활황 덕에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의 순이익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한화생명의 증권운용사업부가 한화자산운용으로 이관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7년(335억원)보다 38.5% 감소한 수치다.
최근 5년간 한화자산운용이 영업을 위해 쓰는 비용은 두 배로 늘었다. 해외 대체투자 부문 인력을 크게 늘리면서 인건비가 확대된 탓이다. 한화자산운용의 인력은 2017년 278명에서 2020년 408명으로 늘어났다. 인건비도 5년 사이에 2배 가량 증가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의 원천이 되는 자산관리규모(AUM) 증가 추이는 더뎠다. 현재 한화자산운용의 AUM은 전년대비 3조 가량 증가한 107조원 수준이다. 대기업 계열 운용사로 자주 비교대상으로 꼽히는 삼성자산운용의 AUM은 같은 기간 22조원 가량 늘어났다.
-
회사의 핵심 인력인 운용역들은 잇따라 이탈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4월에도 대규모로 인력이 유출되며 한 개의 팀이 사라지기도 했다. 이후 퇴사한 직원들의 자리를 다른 팀 인력으로 채워넣는 재배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화자산운용 직원들은 회사를 '다이나믹 한화'라고 부른다"라며 "외부론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구성원들에게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며 불만이 상당부분 고조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인력 보충에 애를 쓰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인력 이탈에 골머리를 앓았던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채용 면접 과정에서 '장기 근무 가능 여부'를 묻고 있다. 실제로 경력 채용 면접에서 나오는 질문들은 대체로 '3~5년 정도 다닐 자신이 있는지'로 수렴한다는 전언이다. 일부 주니어 운용역 지원자는 해당 면접 후 이직을 포기했다는 전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누가 운용사를 그렇게 오랜 기간 다닐 것을 약속하고 입사하겠는가"라며 "한화자산운용에서 대규모 인력이탈이 발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인력 이탈 및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선은 다시 김용현 대표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김 대표는 2016년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직에 임명됐다. 김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계 사모펀드(PEF) 칼라일 한국지사 대표를 지냈다. 이후 2012년 한화생명에서 대체투자부문장을 역임했다.
한화자산운용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던 2018년부터 교체 가능성이 운용업계에서 회자됐지만, 김 대표는 자리를 지켜왔다.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두루 관할하고 있는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김 대표를 신임하고 있으며, 김 대표 역시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또 다시 회사 안팎에서 교체설이 불거지는 건 경영성과와 자산운용수익률 등 주요 지표가 그만큼 엄중한 상황임을 방증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한화자산운용은 한 명의 대표가 오래 자리를 지키기 힘든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김용현 대표는 이전의 경력과 계열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비교적 장기간 대표직을 역임 해왔다는 시선이 많았는데, 최근 교체설이 다시 불거진 건 그만큼 그룹에서 보기에 성과가 안 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