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커머스 시너지 노리고 고객∙상품∙인프라 통합
롯데∙신세계와 비슷한 전략...합병 시너지 증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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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이 GS홈쇼핑와의 본격적인 합병절차에 들어갔다. GS리테일은 합병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의 시너지 창출을 강조했는데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롯데나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의 디지털커머스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더러, 잘 나가는 사업부문을 분할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최근 트랜드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GS리테일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GS홈쇼핑과의 합병 승인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참석 주주의 98.47% 찬성으로 안건이 결의됐다. 흡수합병 방식으로 GS홈쇼핑이 사라지고 GS리테일이 존속한다. 합병기일은 7월 1일이다.
GS리테일은 합병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플랫폼을 목표로 유통 채널을 통합할 계획이다. 2025년 목표 취급액은 올해(15조원)보다 연평균 10% 성장한 25조원이다. 이를 위해 5년간 디지털 커머스 강화, 정보기술(IT) 및 물류 인프라 구축, 신사업 등에 총 1조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먼저 편의점, 슈퍼마켓 등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유통망에 GS홈쇼핑 고객을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GS리테일은 현재 전국 1만50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60개 물류 센터망과 배송차량 약 3300대, 약 2200명의 배송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GS홈쇼핑은 3000만 가구에 육박하는 TV홈쇼핑 시청가구와 1800만명이 이용하는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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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합병의 핵심인 온∙오프라인의 시너지 효과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GS리테일은 지난 3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으로 거듭나 2020년 1조3000억 규모인 디지털커머스 취급액을 2025년까지 5조8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송차별화를 위해 지난 4월 GS홈쇼핑은 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다. 그러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인 네이버가 여전히 메쉬코리아의 최대 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GS리테일이 배송 캐파(CAPA)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GS그룹은 고객 통합, 상품 통합, 인프라 통합 전략을 내세웠지만 롯데나 신세계 등 기존 대형 유통업체의 이커머스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 계열사의 온라인 부문을 통합해 출범한 롯데ON의 2020년 거래액은 전년도(2019년) 온라인 거래액을 단순 합한 것보다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합효과가 사실상 없었다는 시장의 평가가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롯데온 수장을 교체하고 쇄신에 나선 상황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양사가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GS리테일이 보유한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오프라인 사업자 중 비교적 선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롯데나 신세계도 이와 같은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합병법인이 지닌 강점이라고 내세우기도, 합병법인의 플랫폼이 아직 인지도 있는 플랫폼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이 사업부 분할을 하는 최근 트렌드와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SK IET나 LG에너지솔루션처럼 특정 사업부문을 떼내는 물적분할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편의점은 유동인구가 많아야 잘 되고 홈쇼핑은 유동인구가 적어야 잘 되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에 편의점 사업이 잘 된다고 홈쇼핑 실적도 따라와줄지 미지수라서 기업가치 산정을 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홈쇼핑 사업 CJ오쇼핑과 콘텐츠 사업 CJ ENM을 합병한 CJ ENM의 부진한 성과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CJ그룹은 2018년 미디어와 커머스 역량을 합쳐 융복합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통합법인 CJ ENM을 출범시켰지만 지금까지 두드러진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유통담당 연구원은 “지금 GS가 내놓은 방안은 유통과정에서 매입량을 확대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준인데, 이익률이 좋아질 순 있어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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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28일 11:3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