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에 회생 경험도 있지만 쉽지 않다 전망도
공익채권·자본잠식 등 문제로 수천억 들 가능성
항공화물 청사진 모호…정치적 제스처란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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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작년 매각 무산 후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았던 만큼 회생이 어렵지 않겠느냔 관측이 많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다르다. 예비입찰에 10여곳의 인수후보가 도전장을 던지며 초반 흥행을 이끌고 있다.
하림그룹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앞세웠는데 재계순위 31위의 기업집단으로 다른 원매자들과 체급과 자금력이 다르다는 평가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팬오션 유보금 1900억원 등 그룹 내 현금성자산이 충분해 자금조달에 무리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항공화물 운송업에 진출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림그룹은 2015년 회생기업 팬오션을 인수해 그룹의 주력으로 키워낸 경험도 있다. 사정이 이러니 이스타항공을 눈여겨 봤던 원매자 사이에선 M&A 경쟁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하림그룹의 체력을 감안해도 이스타항공은 인수하기 쉬운 대상이 아니다.
우선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포함해 항공기 리스료·공항사용료·항공 유류비·카드회사들이 받아야 할 채무 등 약 2400억원의 미지급금이 남아있다. 이중 직원급여 등 탕감될 수 없는 공익채권 규모만 700억원 이상이다. 이스타의 작년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이다. 공익채권 상환과 자본잠식 해소 등 기초 작업에만 2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운항 준비도 과제다. 이스타는 현재 보유하던 비행기를 대부분 리스사들이 회수해 감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항공기는 한 손에 꼽힌다. 사실상 항공면허만 남아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이점은 해외 노선인 만큼 국제선 운영을 위한 항공운항증명(AOC)을 국토부로부터 재발급받아야 한다. 항공기도 다시 도입해야 한다.
매각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백오피스 정상화 등 종합적인 인력 보강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작년 약 600명을 구조조정하며 100% 재고용 조건을 내세웠다. 제주항공과 거래 무산 책임을 둘러싼 법정공방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림그룹은 '물류'에 초점을 맞췄는데 지금 상황에선 설득력이 크지 않다. 작년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물류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저가항공사(LCC)로서 동체가 좁은 항공기(narrow body)를 써왔는데, 이 비행기는 화물 운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화물용 항공기 편대를 다시 꾸려야 한다.
여러 요소를 감안하면 이스타항공 M&A는 실상 웬만한 중대형 거래와 맞먹는 규모가 될 것이란 평가다. 이스타항공은 팬데믹이 없던 2019년에도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인수자는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검토했던 투자사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정상화까지 고려하면 수천억원의 지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딜"이라며 "아무리 자금력 뛰어난 곳이라도 이스타항공 M&A는 회사를 새로 재건한다는 생각을 갖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의 이스타항공 인수전 참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두 회사 모두 전라북도 대표기업인 만큼 지역 차원에서 힘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이다. 지난 4월 전북 전주시에선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전북 지역 투자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M&A 후 전북지역 경제에 기여할 내용과 전북도와 금융기관의 지원책이 언급됐다. 이 전에도 건설사 등 몇몇 전북 기반 기업들이 인수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국 회장 역시 인터뷰를 통해 지역의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림그룹은 대기업 중 유일하게 전북에 본사를 두고 있고, '익산형 일자리' 추진 등 정부와도 비교적 소통이 잘 돼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림 익산공장에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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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03일 16: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