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재간접펀드 중심의 운용 전략에서 탈피
해외 자산운용사 인수 통한 직접 투자 늘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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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본격적인 색깔내기에 나섰다. 사장 취임 할 때부터 제기됐던 해외자산운용사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삼성생명이 그간의 소극적인 운용에서 벗어나 해외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삼성생명은 영국의 종합부동산 그룹 세빌스 plc 산하의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세빌스 IM의 지분 25%를 6375만 파운드(한화 약 1013억원)에 취득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는 세빌스IM은 지난해 기준 32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13개국 운용 거점을 보유하는 등 글로벌 부동산 네트워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CBRE, JLL과 함께 세계 3대 종합부동산 회사로 꼽힌다.
삼성생명의 이번 투자는 여러 함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던 회사다. 다른 보험사들이 해외 대체 및 주식 투자에 나설 때에도 국공채 중심의 운용을 했다. 하지만 이제 자산규모가 300조원을 넘으면서 투자처 다변화가 필요해졌다. 지난해 운용수익률도 3% 초반에 불과해 '역마진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한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해외투자의 필요성이 있었지만 보수적인 운용지침에 따라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측면이 있다"라며 "이번 투자는 이런 기조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지분 25%를 취득하는 것도 이런 포석의 일환이다. 지분 25%를 확보할 경우 지분법에 따라 세빌스 IM의 실적이 연결로 삼성생명에 잡힌다. 2대 주주라고 하지만 사실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되는 셈이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세빌스의 투자 건들이 모두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회사의 투자 건을 살펴보고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에는 공동투자 등의 형태로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이 이미 주주총회에서 밝혔듯이 이번 투자는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삼성생명은 이익의 30%를 해외에서 거둬들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해외사업에 신경쓰겠다고 밝힌바 있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향후 해외사업 비중을 높이는 등 주가 부양에 힘쓰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자산운용사 지분투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성장성 높은 지역으로 자산을 분배해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전영묵 사장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한 전영묵 사장은 자산운용에 잔뼈가 굵다. 그가 처음 취임할 때부터 전 사장이 M&A 및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간 삼성생명이 사장들은 대부분 그룹 출신이 맡았으며, 조직관리에 특화된 인물들이었다. 이에 반해 전 사장은 자산관리 쪽에 특화된 인물로 그간의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훨씬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전 사장이 오면서 자산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라며 "해외투자의 방식도 그간의 재간접펀드투자 보단 해외 자산운용사 인수 등을 통해서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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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