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아이디어만 취한 듯…"차라리 잘 됐다" 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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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는 것 같던데 상장 철회 통보 받고 실무진이 사색이 돼 있었다. 다음날 투썸플레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전날 저녁에 스트레스를 떨어낸 것 같던데 그래도 참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
투썸플레이스가 기업공개(IPO)를 검토하지 않기로 하면서 입찰제안요청서(RFP) 작성부터 프레젠테이션(PT)까지 참석했던 증권사들은 맥이 빠진 모습이다. 투썸플레이스의 기업가치(이하 밸류) 산정 방식이나 상장 적정 시기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투썸플레이스의 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 측이 제시된 밸류에 만족하지 못해 상장 철회를 결심한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PT에 참석한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기존에 예상했던 밸류인 5000억원보다 높은 7000~8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며 상장 철회 원인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PT에 참석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달 25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PT를 진행했고 여기엔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이 참석했다.
투썸플레이스의 IPO 철회 원인으로는 '앵커PE의 높은 밸류 눈높이'가 꼽힌다.
앵커PE가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하던 밸류는 4500억원 수준이다. 앵커PE는 투썸플레이스가 CJ그룹 계열사 CJ푸드빌로부터 물적분할이 된 2018년 프리IPO에 참여하며 주주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당시 투썸플레이스는 지분 40%에 대해 18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받으며 4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앵커PE는 2019년, 2020년 두 차례 투썸플레이스의 지분을 늘려나갔다.
이런 까닭에 증권업계는 투썸플레이스가 5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금 회수 이상의 차익 실현을 위해서라도 앵커PE가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했던 밸류 대비 투자자금 회수(Exit) 밸류를 높게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상장 철회 직전까지도 증권업계는 5000억원대도 과한 몸값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썸플레이스는 스타벅스와 달리 프랜차이즈 형태라서 가맹점을 늘려야 수익이 나는데,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가맹점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이에 따라 올해 실적도 좋을 것이라곤 담보할 수 없기에 5000억원의 밸류를 매기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PT에 참석한 주관사들은 투썸플레이스의 기업가치를 5000억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로 써냈다는 후문이다. 앵커PE까지 PT에 참석한 만큼 주관사들은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런데도 대주주측은 상장 의사를 철회했다. 공들인 증권사들은 다들 만감이 교차했다는 후문이다.
먼저 주관사로 선정이 되더라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상장 흥행엔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만연했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관사가 되면 고생이 불 보듯 뻔하고 주관사로 선정이 안 되면 왜 딜(Deal)을 따내지 못했냐고 책임 추궁을 할 것"이라며 "투썸플레이스가 상장 추진을 안 하면서 모두가 행복해진 셈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주관사가 받아갈 수수료도 1%에 불과해 업계에서는 "차라리 코스닥 딜을 주관하는 게 나을 정도"라는 평이 나온다.
일각에선 투썸플레이스가 증권사들의 밸류 관련 아이디어만 취했다는 푸념도 나온다. 투썸플레이스는 대형 증권사들에게 배포한 RFP를 통해 적정 IPO 시점, 상장 예상 이슈 및 대응 방안, 밸류 방법론 및 적정 공모 구조, 그리고 투썸플레이스 주식 마케팅 전략 등을 물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썸플레이스가 IPO 관계자들에게 밸류에이션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만 취한 느낌"이라며 "물론 RFP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간만 보고 발을 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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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