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하면 단번에 수혈
꾸준한 현금 창출 능력도 매력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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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본입찰을 진행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신세계-롯데 2파전으로 좁혀졌다. 이 가운데 롯데는 최근 몇 년간 굵직한 M&A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공들인 롯데ON이 부진하자 이번 인수로 개발자 등 온라인 플랫폼 이해도가 높은 'IT인력' 수혈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는 내부적으로 롯데ON(롯데온)의 성과부진 원인을 '인력'에서 찾고 있다. 지난 3월말 롯데온 인사에서도 인력에 대한 롯데의 고민이 드러났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신규사업 수장 자리에 외부 인력을 영입,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전략기획본부장을 앉혔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를 드러냈단 평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이지만 실상 온라인 플랫폼 전문가를 내부서 찾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관전이 나오기도 했다.
그간 롯데 유통 계열사 요직에는 전통 오프라인 유통 전문가들이 앉아 왔다. 임원 대다수가 온라인 유통에 기반한 경험은 많지 않았던 만큼 경쟁업체에 비해 이커머스 이해도가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롯데온은 론칭 첫날부터 '서버 접속 장애'를 일으키며 각종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출시에 2년을 공들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만큼 체면을 차리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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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커머스 시장은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한창이다.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앱을 통한 구현은 개발자의 역량과 맞닿아 있다. 이에 각 유통사들도 오프라인 직원 수는 줄이는 대신 온라인 개발자 채용은 그 규모를 점차 키우고 있다. 롯데온도 올해에만 150명 이상의 개발자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에서 대규모 비용 지출 없이는 원하는 인재를 영입해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양질의 개발 인력을 단번에 흡수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오픈마켓 업체 중 1위 사업자로, 물류망 등 유형자산은 많지 않지만 인력자원 등 보유한 무형자산은 매력적이란 평가가 많다. G마켓·옥션·G9 등 다수의 오픈마켓을 운영해오면서 개발 및 M&A 경험이 풍부한 인력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일반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점포 운영 인력 비중이 큰 편이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만큼 시스템 개발이 주가 되고 있다. 대규모 트래픽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개발자 규모 및 비율이 높다. IT인력만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업계 내에선 'SW(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천국'으로도 통한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 내 온라인 플랫폼 임원들이 경쟁업체에 스카웃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소정 당시 본부장은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의 신사업 본부장으로 영입됐다. 지난해말엔 허선희 당시 상무가 패션테크 업체인 W컨셉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이동했다. 허 CTO는 2005년 지마켓에 입사해 2009년 이베이에 인수된 후 이베이코리아에서 엔지니어링 디렉터를 지낸 인물이다. 박기웅 전략영업 전무는 삼성전자 온라인영업 임원으로 스카웃됐다. 2019년엔 최문석 전 부사장이 '여기어때' 운영사인 위드이노베이션의 대표로 취임했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은 M&A에 실행을 옮기지 않았던 롯데가 수조원을 감내해야 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인력에 있다고 본다"며 "일단오픈마켓 1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에 더해 개발자 등 온라인 플랫폼 관련 인력을 단번에 수혈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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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08일 16: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