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빅딜' 재무부담 지게되면 상쇄할 대응 필요
신평업계, 진행 상황 따라 등급 재평가 가능성 관측
-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롯데(롯데쇼핑)와 신세계(이마트)-네이버 컨소시엄이 맞붙으면서 누가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모이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오히려 ‘샀을 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통사들의 신용 리스크가 계속된 만큼 ‘수조원 딜’의 재무부담이 더해질 경우 등급 강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신평업계에서는 이베이 인수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채권 투자 담당자는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베이 인수가 달갑지는 않다”며 “이커머스 대응이 목마르긴 하겠지만 재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롯데든 신세계든 인수하는 쪽은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올해도 정기평가에서 ‘부정적’ 전망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4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정기평가 결과 ‘부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했다. 현재 NICE신용평가는 정기평가 결과는 미정이지만, 3월 본평가에 ‘부정적’ 등급을 유지했다. 각 사는 유통업 전반의 저성장 추이와 코로나 영향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차입규모의 확대 등을 평가 근거로 들었다. AA급의 우량 대기업이 2년 연속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는 것이 ‘흔한 결정’은 아니라는 평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지난 몇 년 동안 신용등급이 하향 추세다. 롯데쇼핑은 2019년 AA+에서 AA로 등급이 강등됐고, 지난해 6월에는 등급 전망까지 ‘부정적’이 붙었다. 같은해 이마트도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고 다음해인 2020년 AA+에서 AA로 내려갔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 부여돼 있다.
이번 정기평가는 넘겼지만, 이베이 인수가 확정되면 상황에 따라 등급 변동의 가능성도 열어두는 분위기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이베이는 인수자 결정 등 윤곽이 드러나면 워낙 큰 사안이기 때문에 검토를 할텐데 코멘트만 나갈 수도 있고 수시평가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현재로서 롯데쇼핑은 단독 부담하기엔 쉬워보이지 않고, 계열에서 어떻게 할지 등 자금부담을 실제로 어디서 지느냐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
신평사들은 이베이 인수가 확정되면 ‘큰 돈 주고 사오는데 과연 채권자들에게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를 판단할 전망이다. 전통 유통사가 온라인 강화가 다급한 만큼 이베이 인수를 하게 되면 사업적으로는 플러스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등급 평가 관점에서 인수 시 자금부담에 대한 마이너스 요인은 불가피하단 관측이다.
인수로 기대되는 시너지가 숫자로 드러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변화가 빠른 온라인 부문의 경우 특히 가치평가 측면에서 수치화를 하는 데 있어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이에 시너지가 드러날 동안 '등급 방어'를 할 수 있는 대응이 요구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오프라인 쪽에서 다운사이징 대응을 하고 있어 예전처럼 투자 부담이 들어가고 있진 않다. 다만 차입금을 줄여가면서 온라인 모바일 대응도 적절히 해 나가야만 ‘부정적’ 꼬리표를 뗄 수 있다.
현재 등급전망이 ‘안정적’인 이마트는 롯데쇼핑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베이 인수 금액이 크기 때문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이다. 야구단 인수 등 이마트가 최근 벌여 온 투자의 경우 금액이 크지 않고, 오프라인 유통 등 기존 사업에서 확장하는 측면이 강했다는 평가다. '유통 공룡' 중에서는 그나마 온라인 대응이 빨랐다는 평을 받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퇴조 상황에서 온라인 부문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끌어올릴까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등급 방어 측면에서 롯데와 신세계 등도 ‘앉아서 당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롯데쇼핑은 국내외 점포와 부동산을 매각중이고 임차 점포 정리를 통해 리스부채 경감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사들이 엑시트(exit)하는 점포나 부동산들이 대부분 주택 용도이고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자금도 적지 않게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등급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여전히 회사채 투심도 견고하다. 지난 4월 롯데쇼핑은 총 20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약 1조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이 땅 사서 건물만 올리면 고객들이 몰려온 시절은 끝났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 사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뭔가 해볼 수 있는 여지는 있는데 이베이처럼 인수를 할거냐, 자체적으로 시도를 할 거냐의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09일 14:3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