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 힘실리며 대표들 입지 공고해져
40~50대 한창 활동할 시기…최근 성과도 나와
"당분간은 나오는 대표 자리 없을 것"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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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한국 사무소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이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한국시장 규모는 작고, 규제 불확실성은 크다보니 투자 전초기지보다는 연락 사무소 성격이 짙었다. 한국 기반의 전문가에게 오랜 기간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고, 어쩌다 자리가 나면 비슷한 실적을 가진 인사들이 채웠다.
최근엔 한국에서도 이런저런 투자 성과가 나며 한국사무소의 위상이 달라졌다. 한국 대표들은 저마다 색채를 가지고 실적을 쌓고 있는데 나이도 대부분 1970년대 생으로 젊다. 이들의 입지가 공고해지고 장기집권 체제가 굳어짐에 따라 당분간은 한국 대표 자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칼라일은 2011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 대표 출신 이상현 씨를 한국 대표로 선임해 2019년까지 일을 맡겼다. KKR 박정호 한국 대표는 2009년에 합류한 후 투자를 이끌어왔다. 맥쿼리 김용환 대표는 2002년 맥쿼리에 들어와 2016년 매니징디렉터(MD)로 승진했고 2019년엔 한국 총괄대표가 됐다. 베어링PEA는 김한철 한국 대표가, 어피너티는 이상훈 한국 대표가 10여년간 한국 투자를 이끌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PEF의 한국 사무소 인력은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킨 경우가 많았다. 본사 입장에선 한국에 큰 힘을 쏟기 어렵기 때문에 실적을 떠나 오래 함께 했고, 한국 시장을 잘 아는 인사들에 일을 맡기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합류가 늦었어도 한번 성과를 내면 입지는 금세 공고해진다. 이정우 베인캐피탈 한국 대표는 2015년 취임한 후 카버코리아 매각, 휴젤 인수 등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 MD로 승진했다. TPG는 2016년 이상훈 한국 대표가 취임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등 투자를 성사시켰다. 윤신원 TPG 전무는 올해 MD로 승진했는데, 그만큼 한국의 성과를 높이 친 것이란 평가다. 이상훈, 이정우 대표는 모두 MS PE 출신이다.
최근 몇년 사이엔 주요 글로벌 PE들의 투자 성과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꼭 경영권 거래가 아니라도 소수지분 투자, 스페셜시추에이션 등 투자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부상하면서 한국 대표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칼라일은 ADT캡스 회수 성과가 있던 이상현 한국 대표가 물러난 후 후임 인선을 고민하다 김종윤 대표를 선임했다. '골드만삭스 출신' 이름값에 주목한 인선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KB금융,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성사시키며 우려를 잠재웠다. 한국계로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 이규성 칼라일그룹 대표는 국내 기관출자자(LP)들을 찾아 김 대표를 잘 부탁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어피너티도 한동안 한국 시장에서 부진했지만 잡코리아 인수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상훈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국 투자를 늘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정이 이러니 웬만한 글로벌·리즈널 펀드의 한국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나마 최근 자리 바뀜이 많았던 곳이 CVC다. CVC는 유럽, 동남아시아에서와 달리 한국 성과는 부진했고 전임 대표들의 평판도 저조했다. SC PE 출신 허석준 전 대표(현 SK텔레콤 그룹장)는 KFC 투자 보고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후 물러났고, 임석정 전 한국 회장(현 SJL파트너스 회장) 역시 직책에 걸맞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떠났다.
CVC는 이후 정명훈 대표를 선임해 여기어때를 인수하며 간만의 실적을 쌓았는데 정 대표가 다시 여기어때 대표로 옮겼다. 후임으론 이규철 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대표가 들어왔는데 '로엔' 투자로 성과를 보인바 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팀워크'가 좋지 못하다는 평판이 많다. 한국내 CVC의 낮은 평판과 저조한 성과, 그리고 유럽계 PE 특성상 한국 대표의 결정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해 실력 있고 유력한 업계 인사들이 CVC에 지원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어쨌든 이런 CVC한국 대표도 새로 채워진터라 이제 글로벌 PEF 한국 대표 채용의 문이 사실상 닫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PEF 한국 대표들 대부분은 아직 나이도 젊다. 이상훈 TPG 대표(1971년생), 이상훈 어피너티 대표(1973년생), 김용환 대표(1976년생), 이정우 대표(1977년생), 이규철 대표(1974년생) 등은 1970년대생이다. 40대에서 50대 초반이 주축으로 한창 투자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생긴 경우가 아니라면 장기집권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PEF 한국 대표는 비슷한 경력의 인사들이 옮겨다니며 차지하는 자리란 인상이 강했다"며 "이제는 각 운용사 한국 사무소 성과가 커진 데다 대표들의 나이도 젊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국 대표 자리를 노릴 기회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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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07일 16:4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