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선정에도 시장에선 딜 클로징 우려
자금조달 관련 센트로이드PE는 "오버부킹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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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 센트로이드가 글로벌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며 국내 어패럴 사업을 담당할 전략적 투자자를 선정했다. 이후 다음달 중순까지 딜을 마무리하는게 목표다. 국내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사모펀드의 해외 대형 바이아웃 딜이다 보니 센트로이드 PE의 딜 진행과정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센트로이드에 따르면 13일 어패럴 사업을 함께할 파트너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를 보유한 더네이쳐홀딩스를 SI로 선정했다. 지난 10일 받은 제안서를 받았는데 롯데, 신세계, CJ 등도 관심을 보였다. SI로 낙점된 더네이처홀딩스는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을 확보했다. 협상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이 ‘콜옵션’을 요구하면서 더네이쳐홀딩스가 유리한 고지에 선 것으로 전해진다.
SI 선정을 끝낸 회사는 지난 5월 9일 테일러메이드 인수가격 확정 및 주식매매계약서(SPA) 체결이 이뤄진 이후 7월 중순까지 파이낸셜 클로징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투자자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지분투자(에쿼티)와 중순위 메자닌은 새마을금고중앙회(MG중앙회)가 앵커투자자로서 2000억원의 에쿼티와 1000억원의 메자닌 투자를 담당한다. 이외에도 농협중앙회 및 주요 공제회가 에쿼티와 중순위 투자에 참여한다. 9000억원에 이르는 인수금융은 신영증권을 중심으로 KB국민은행, 하나금융투자가 담당한다. 당초 우리은행의 인수금융 제공도 논의됐으나 "SI가 없으면 어렵다"는 이유로 KB국민은행으로 교체됐다. 추가로 유안타증권이 6800억원에 이르는 에쿼티 전량에 대해 총액 인수하는 투자 확약서(LOC)를 끊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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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시장에선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선 2015년 설립해 조 단위 딜 경험이 없는 PE가 그것도 해외 기업을 인수한다고 하니 정말 딜이 되기는 하는 것이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센트로이드PE는 자금조달, 딜 클로징과 향후 운영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가 확실한 앵커투자자로 나서는데다 인수금융단도 꾸려진 상황이며 딜 구조가 나온 상황에서 지금의 걱정은 딜 클로징이 아니라 향후 비즈니스를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여부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센트로이드 측은 “자금조달 이슈보다는 오히려 PMI와 향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라며 “자금모집에 있어선 비단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국부펀드 등에서도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오버부킹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국내 사모펀드가 2조원 규모의 해외 바이아웃 딜을 한 사례가 없다보니 경영진 컨트롤 이슈가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테일러메이드는 북미ㆍ한국ㆍ일본ㆍ홍콩ㆍ중국ㆍ대만ㆍ영국ㆍ호주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센트로이드 PE가 인수하기 전에는 아디다스 골프사업부를 2017년 미국의 사모펀드인 KPS가 인수했다. 현재 경영진은 기존 테일러메이드 임직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모펀드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센트로이드 측은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보다는 북미 시장을 비롯한 큰 틀에서 글로벌 전략을 현 경영진에 맡기고, 센트로이드 PE는 국내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골프의류 사업을 새롭게 시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현 경영진은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북미 사업을 지속 성장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 테일러메이드 임직원에 과감한 인센티브 구조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의 글로벌 부문 임직원들이 계속해서 테일러메이드에 잔류, 경영에 전념하게 할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풀이된다.
국내 일부 투자자들은 SI 없이는 투자하기 힘들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해왔다. 시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더네이쳐홀딩스가 SI로 선정되면서 이런 우려는 다소 누그러졌다. 센트로이드 측은 국내 SI의 역할이 전체 사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지는 않으며. 대기업에 어패럴 사업을 맡기기 보다는 어패럴 전문 브랜드에 맡기는 게 ‘선택과 전략’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SI는 선정했지만, 추후 1000억원 이하 투자를 통해 유통 대기업이 사업적 파트너로서 조인할 가능성도 아직까진 열려 있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회사 측은“미국, 유럽, 일본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미진한 국내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 SI를 모집하는 것이다”라며 “더네이쳐홀딩스가 디즈니와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의 법위를 넓히는 것을 높이 샀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 롯데, 신세계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비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과거 아디다스의 관리 서비스를 받은 테일러메이드의 글로벌 공급망이 그대로 관리될 것이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테일러메이드는 아디다스 골프사업부 소속으로 아디다스의 유통 채널을 발판으로 성장했다. 이후 미국의 사모펀드인 KPS 손에 넘어가면서 아디다스와의 유통 계약이 끝났고, KPS는 대형 유통사들과 손을 잡았다. 유통 채널 다변화를 통해 매출 신장을 일으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센트로이드는 "아직까지 일부 지역에선 아디다스 매장에 테일러메이드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센트로이드는 해당 매장도 순차적으로 분리시킨다는 계획"이라며 “어패럴 전문 업체를 SI로 선정한 것도 특정 유통 대기업과 손잡는 것보다는 채널 다변화가 낫다는 판단에서다”라고 밝혔다.
KPS 인수 이후 테일러메이드의 판매채널은 아마존, 딕스스포팅굿즈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전체 매출의 41%가 이뤄진다. 골프갤럭시,골프타운, 등 골프용품 전문업체에서 28%의 매출이, 골프장에 위치한 용품 판매점에서 매출의 19%가 발생한다. 아직까지 비중은 작지만 직영점을 비롯한 이커머스 매출이 지속 성장해 12%에 이르렀다. 센트로이드는 해당 판매채널의 국내 성장성을 높게 보고 그 부분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업체별로는 딕스스포팅굿즈(미국)에서 8.2%의 매출이 알펜(일본)에서 3.8%, 아마존(글로벌)에서 3.8%의 매출이 일어난다. 국내에선 한성 F&I가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나,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부분에 대한 개선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11일 07:00 게재 6월13일 19: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