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공백 우려
감독 부담 덜은 금융사는 신나고 금융소비자는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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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장 공백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급작스럽게 물러난 것도 아니고 임기를 다 마치고 떠났음에도 후임자 인선이 못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수장 공백에 신이 난 건 금융사다. 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퇴임한 지 40일이 넘었다. 한때 교수 출신 금감원장 이야기가 나왔지만 노조 반대에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노조에선 교수출신은 독선적이고, 정무감각이 없어 제대로 된 금융감독에 걸림돌이라며 교수출신에 반대한다.
길어지는 금감원장 공석에 신이 난 것은 금융사들이다. 금융사들은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시절 사모펀드 사태로 사사건건 부딪쳤다. DLF사태부터 라임펀드 사태까지 금감원이 금융사 CEO 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사들이 반기를 들었다. 윤 원장 연임을 막기 위한 '조용한 카르텔'이 형성되기도 했다.
결국 윤 원장은 물러나면서 금융사 제재에 선봉에 설 사람이 없어졌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장시간 이어진 금융사와의 갈등으로 지친 상태다.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갈등도 금감원장이 물러나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수장공백에 금감원 직원들도 긴장감이 한결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장이 밀어부치니 어쩔수 없이 따라는 갔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면서 가장 지친 것은 금감원 임직원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윤 원장 연임에 결사반대했던 이유기도 하다.
금감원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모두에게 금감원장 공백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정부에서도 신임 금감원장 선임으로 굳이 잡음을 내고 싶지 않은게 속내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도 아닌데 금감원장 인선에 한달이 넘게걸리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 모두에게 불편하지 않으니 후임 금감원장 인선이 더딜 수밖에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가고 있다. 윤 원장이 임기 내내 내세웠던 성과가 금융소비자 보호이다. 역설적이게도 윤 원장 이후 생긴 금감원에 대한 반감으로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선 공백이 커졌다.
그간 추진했던 일들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윤 전 원장 취임한 이후 금융사에 대한 제재가 총 1290건으로 그간의 평균치를 상회한다. 제재 조치를 받은 금융사 임원만 100명이 넘는다. 제재 건수가 많다 보니 이에 대한 후속 처리도 금감원이 짊어진 숙제다.
일례로 라임펀드 판매 관련한 제제심도 갈길이 멀다. 하나·부산·산업·경남·농협은행 등이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하나은행에 대해 제재심을 열어야 하지만 수장 공백 속에서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윤 원장 체제에서 부활한 은행권 종합검사도 칼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 직원과 금융사만 맘 편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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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