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기자금 등 고려하면 공모주 호황 지속 가능성
수익률 저하는 리스크...'옥석 가리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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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유동성이 낳은 공모주 시장 호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전보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이후 상한가)’에 대한 기대감은 옅어졌지만 여전히 상장을 예고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공모가 대비 높은 시초가로 투자자들 역시 쏠쏠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공모주 시장을 향한 경계의 시선을 늦추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중복청약 금지, 공모주 몰림 현상 등 하반기 공모주 시장 열기를 주춤하게 할 요인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탓이다. 그동안 공모주 시장에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공모가격이 치솟은 만큼 ‘꼭지’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난 14일 현대중공업지주 계열사 현대오일뱅크는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8년 이후 세 번째 상장 시도다. 거듭된 실패로 상당한 평판 리스크를 안고 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으로는 풍부한 증시자금 및 공모시장 활성화 등 외부 요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도 상장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회사 측은 2023년까지 기업가치 10조원으로 끌어올릴 목표와 함께 상장을 준비할 계획을 밝혀뒀다. 공모주 호황을 틈타 올해 안에 상장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이처럼 발행사들이 연달아 상장을 고려하는 배경으로는 단연 시장 유동성이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6조6157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542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 3월 잠시 주춤했지만 5월부터 다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규모가 줄면서 증시 대기자금으로 수요가 더 몰리는 모양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SK IET 증거금으로 81조원이 몰렸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자금 수요가 넘쳐난다는 뜻”이라며 “공모주 시장이 주춤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과 달리 공모주 투자 시 수익률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반기부터는 공모주 투자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우선 오는 20일부터 중복청약이 금지된다.
올해부터 도입된 일반 공모주 청약 균등분배제도에 따라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가족과 친지의 계좌를 활용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금융 당국이 이를 막아섰다. 20일 이후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들은 중복청약이 금지된다. 카카오 계열사들은 물론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등 굵직한 대어급 공모주들이 바뀐 제도를 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증거금이 무려 81조원이 몰리며 공모 열기가 뜨거웠던 SK IET 당시의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공모주 시장에서도 해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주춤한 시장상황을 예측해 공모규모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사례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진단키트 회사 SD바이오센서가 그 예다. 당초 공모규모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모았지만 최근 절반 수준인 5000억원 가량으로 줄였다. 전장 및 사물인터넷(IoT) 회사 아모센스는 지난 14일 공모가격을 최하단인 1만2400원으로 정했다. 청약 흥행을 예상하며 공모가 최상단으로 가격이 정해진 사례가 많았지만 2분기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대어급 공모주들의 상장 시기가 몰리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다. 당장 7월과 8월에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에 이어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한화종합화학 등 대기업 계열사 공모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연간 1~2회 있을까 말까 한 대어급 거래들이 두어 달 사이에 모인 셈이다. 그 정점에는 몸값이 최대 100조원으로 추산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충당금 및 화재 등 이슈에도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력에 한계가 있어 ‘옥석 가르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 상장 직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공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체감 위험도가 높이진 데 따라 이전처럼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공모주 위주의 투자를 벌이는 한 기관투자자는 “공모주 투자자들은 마치 철새와 같아서 한 공모주에 투자하고 상장한 뒤에 추가로 자금을 넣는 형태가 아니라 상장 후에 자금을 빼서 다음 공모주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상장한 후에 주가가 조정을 받는 경우가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코스피지수는 14일, 15일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조금씩 전진하고는 있지만, 시원하게 저항선을 뚫어내는 모습은 보이지 못하며 경계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런 와중에 상장과 증자 등 주식 '공급'은 쏟아지고 있다. '가격'이 올랐으니 수요-공급 곡선 상 자연스러운 상황이지만, 결국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발행시장에 속하는 공모주 시장은 유통시장의 절대적인 수준 보다는, 추세에 좀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분석이다. 주가지수가 상승세일때는 신규 공모주도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고, 하락세일땐 반대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미국 8월 '잭슨홀 미팅'을 중심으로 3분기 조정을 예상하는 시선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주 시장이 지난해같이 마냥 상승 일변도의 모습을 보여줄 거라 기대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초대형 공모주의 화려한 상장은 해당 종목의 주가는 물론, 지수의 단기적인 고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ㆍ카카오페이가 상장 후 '당연히 따상은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의 수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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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