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선 페이 업체가 금융시장 직접 진출하는 형태로 진화
은행들 생존위해 IT 인력 수혈 나섰지만..."경쟁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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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항은행이 네이버페이를 통해 전세대출을 진행한다. 해당 상품은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전세매물을 검색 후 바로 전세대출의 한도 금리 등을 확인하고 신한은행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쏠(SOL)로 실행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을 출시하면서 신한은행은 “앞으로도 고객의 편의성에 중점을 둔 생활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손해보험의 보험업 영위를 예비허가했다. 카카오 손보가 자본금,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 경영 요건 등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카오 손보의 자본금은 1000억원이고 출자자는 카카오페이(60%)와 카카오(40%)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15일 "디지털화를 위해 카카오, 토스 등과의 협업은 접점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영토 진출이 전방위로 일어나고 있다. 금융지주 내에서도 이들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앞으로 부딪치게 될, 금융을 잘 모르는 경쟁자였다는 시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이들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 쳐야하는 형편이다. 그만큼 은행들이 처한 환경이 절박하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이 은행의 대표적인 ‘효자상품’인 전세대출에서 네이버와 손잡았다. 네이버 부동산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다 보니 이와 연동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얼핏보면 양사 모두 윈-윈 하는 상품으로 비춰지지만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주도권 싸움에서 소비자 컨택이 먼저 일어나는 네이버가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신한은행을 통해 대출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이는 어느 은행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한은행이 해당 서비스의 우위를 점하긴 힘들다. 이런 고민 때문에 해당 서비스에 대한 제안을 받은 다른 금융지주들은 일단은 한발뒤로 빠지는 결정을 내렸다.
한 시증은행 고위관계자는 “네이버가 플랫폼이란 점에서 주도권을 궁극적으로 가져가는 비즈니스 모델이다”라며“합류를 안하면 뒤쳐지고, 합류하자니 플랫폼사에 종속될 우려가 커서 고민이 크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케이스는 플랫폼사와 금융사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케이스다.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손잡고 손해보험업에 진풀하려고 했다. 하지만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결국 불발됐다. 이후 카카오는 독자적인 손보사를 만들고 금융위의 인가를 받은 상황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부동의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자존심을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카카오가 독자적인 손보사를 출범하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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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이런 변화는 더욱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에서의 문제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글로벌에서 핀테크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금융의 중심이 IT로 발빠르게 이동해가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사들이 그래도 1등 기업인데란 자존심이 있었지만,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확실히 무게가 IT기업으로 기울었다”라고 말했다.
미국 월가에선 코로나 시대에 IT와 금융의 파트너십이 무너지고 있다. IT기업들이 내놓은 ‘페이’서비스가 그 중심에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IT기업이 제공하는 페이 서비스를 통해서 결제하는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들 핀테크 기업들은 페이를 통해서 금융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페이 서비스가 처음 나올때만 하더라도 금융사와 협업모델이 중심이 됐다. 국내의 사례를 보면 ‘네이버페이’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은 케이스를 떠올리면 된다. 미국 월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페이 업체와 금융사의 협업모델이 한때는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페이사가 금융사를 합병하거나 인가를 받는 형태로 직접 진출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이들 페이사들은 미국 월가에서 규제의 장벽을 허물면서 금융지주사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카카오의 손보사 설립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벤처캐피탈을 기반으로 한 막강한 자본력이 있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인 스트라이프는 코로나 이후 기업가치가 3배 늘었다. 지금 이 기업의 기업가치는 미화 950억달러(한화 108조원)에 이른다. 이는 뉴욕 상장 직전 페이스북, 우버를 뛰어넘는 기업가치다. 스트라이프는 페이팔보다 간단한 결제서비스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코로나 이후 유럽에서만 20만개 이상의 기업이 신규고객으로 유입됐다. 비단 스트라이프뿐만 아니라 결제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 서비스 등을 출시하면서 해당 기업에 벤처캐피탈 자금이 쏟아졌다. 국내에선 네이버-카카오가 이들이 간 길을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페이 사용자들 모두가 금융소비자다”라며 “결국 간단한 결제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페이사들이 금융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은행들도 생존을 위해 ‘IT’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해 고객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앱' 개발을 함께 검토하기도 했다. 실무진 의견 교환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결렬됐지만, 핀테크 기업까지 한 곳 파트너로 유치해 진지한 단계까지 논의를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올해엔 채용에서도 IT에 무게를 뒀다. IT인력 대거 수혈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상반기 공채 구인 200명 중 170명이 IT 부문으로 분류된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사업도 IT와 결합한 서비스에 집중됐다. 신한은행은 ‘O2O’(Online to Office) 추진단을 신설했다. 모바일앱을 통해서 음식주문, 택시 호출, 숙박 예약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IT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은행 고유 서비스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은행 앱인 '쏠'을 개발한 IT 부문 핵심 본부장을 단장으로 '특공대'를 꾸렸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대응에도 DNA부터가 다른 네이버-카카오로 대변되는 IT회사와의 싸움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선 리스크 관리를 먼저 생각하는 은행원이 혁신을 고민하는 IT 인력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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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