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관련산업 고공행진
홀당 100억, 최고가 경신도 눈앞
“지금이 고점”, ‘팔자’나선 기업들
골프 산업 확대에 베팅한 투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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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산업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다.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국내 골프장으로 몰렸고 꽉 막힌 실내 활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신규 소비자들이 늘면서 골프인구도 급격히 증가다.
자연스레 국내 골프장은 물론이고 회원권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추세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골프장 M&A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한 홀 당 100억원을 육박할 정도의 몸값을 자랑하며 시대가 변했음을 체감케 한다. 골프장의 높아진 가치가 합리적이냐에 대한 물음을 차치하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투자업계에선 코로나19의 종식과 해외여행의 재개가 골프산업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는 국내 골프장 M&A의 초호황기였다. 그룹의 구조조정을 위한 목적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기업들의 현금확보 기조가 이어졌다. 두산그룹 자구안의 첫 단추는 클럽모우CC의 매각이었다. 강원도에 위치한 다소 불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한 홀당 67억원에 매각했는데, 이후 센트로이드PE가 BGF리테일로부터 사우스스프링스CC를 홀당 96억원에 인수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는 매각을 추진 중인 한화그룹의 골든베이CC가 홀당 100억원의 매각가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이 같은 호황은 신규로 유입된 골프 인구와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국내 시장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골프장 전체 시장규모는 약 7조원(출처 한국레저산업연구소)으로 전년 대비 18% 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 해외에서 골프를 즐기기 위해 출국한 인구가 한 달에 약 5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이 소비자들이 모두 국내에 머무르면서 요일에 상관없이 골프장이 붐비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가격이 오른 것은 비단 골프장뿐만 아니다. 주말과 주중의 그린피는 물론이고 초고가 회원권의 가격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골프장 가운데 가장 높은 회원권 가격이 형성된 남부CC(경기도 용인)는 지난해 중순만 해도 회원권 가격은 7~8억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호가가 17억원을 웃도는 상태다. 이스트밸리CC, 남촌CC, 가평베네스트CC 등의 수도권 지역 골프장 회원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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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한때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골프장의 활용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실 골프장은 기존 대기업들의 주요 고객사 미팅을 위한 장소, 오너 일가의 자금줄을 위한 창구로 활용돼 왔다. 부동산을 활용해 수 백억원 대의 자금을 손쉽게 융통할 수도 있었다. 전동카트와 식음료, 객장 및 조경관리 사업 등을 개별적으로 소유한 오너들이 현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사업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룹사와 또는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골프장을 소유하며 현금 마련의 창구로 활용했다.
그러나 인구의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신규 골프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청탁금지법 시행되면서 과거와 같은 호황이 서서히 저무는 시점이 찾아왔다. 수많은 골프장들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한 물간 산업으로 치부됐고 실제로 골프산업의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위기감도 팽배했다.
때아닌 코로나 사태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이제는 소유주들은 골프장을 직접 매각하거나 자산재평가와 유동화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시 손에 쥐어졌다. 현재는 한화의 골든베이 외에도 웅진그룹의 렉스필드CC, SM그룹의 옥스필드CC, 명문제약의 더반골프클럽 등이 원매자를 찾고 있다. 사조그룹(캐슬렉스CC), 농심(일동레이크CC), 이랜드(광릉CC), 하이트진로(블루헤런CC)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자산재평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자산재평가를 통해 높은 자산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부과하는 세금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평가도 있다.
골프산업이 지금 같은 호황을 이어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는 골프장의 높은 몸값이 앞으로도 꾸준히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성사된 골프장 거래들에선 ‘팔 수 있을 때 팔자’, ‘지금이 최고점’이란 골프장 소유 기업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기업이 ‘팔고’ 금융회사가 ‘사들이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확대하고 국내에 묶여버린 골프 인구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하면 국내 골프 산업에 마냥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골프인구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고, 이 가운데 국내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2030세대의 유입이 늘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골프장과 관련 산업에 소비자들의 모수가 늘어난다는 점은 산업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 산린이(산+어린이의 신조어) 열풍이 등산 관련 업종의 밸류를 크게 높아졌으나 이제는 다소 사그라든 것처럼 반짝 호황에 그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눌려있는 소비심리에 치솟은 그린피와 부대비용, 회원권 가격이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2000년도 일본 골프장들의 줄도산, 그 전철을 밟은 국내 골프장들의 전례를 비쳐볼 때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고 그린피를 비롯한 부대 비용들이 이전 수준으로 회기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일부 골프장 소유주들 사이에선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골프장 소유 기업들 사이에선 2~3년 후 골프산업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때를 대비해 현재 벌어들이는 현금을 재투자하기보단 차곡차곡 쟁여두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며 “국내 골프장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지게되면 그린피 경쟁력 또는 골프장의 시설 등 소비자들이 옥석가리기를 시작하게 될 텐데 이후 도산하는 골프장을 사들여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거나 설비 투자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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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