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만들어진 ‘국민적 공감대’ 깨질까 노심초사
자세 낮추고 승계도 정공법…노조 대응도 관대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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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각계의 사면 요청이 이어지며 정부와 정치권의 기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면까진 아니라도 가석방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는데, 지금 계열사와 임원들이 구설에 오르면 어렵사리 만들어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 부회장 복귀가 걸린 민감한 시기인 만큼 삼성그룹은 당분간 활동 폭을 줄이고 최대한 자세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부터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고개를 들었다. 팬데믹 이후 반도체·백신 등 핵심 역량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경쟁이 심화했고, 이 부회장이 이런 난국을 타개할 적임자라는 논리다. 주요 경제단체는 물론 종교계까지 사면 건의에 나섰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사면론에 힘이 더 실렸다.
정부와 여당은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부정적인 입장이 강했는데 최근 발언들은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4대 그룹 대표들이 사면을 건의하자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집권 여당 대표는 사면이 아니라 가석방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고, 법무부장관은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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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은 승계 관련 형사 재판도 진행 중이라 특별사면보다는 가석방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형법상 형기의 3분의 1을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한데, 이 부회장은 형기 절반 이상을 채웠다. 실무적으론 형기의 80% 이상 채워야 가석방을 허가해왔는데 법무부는 지난 4월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8월에 가석방한다면 법적으로 큰 걸림돌은 없다.
삼성그룹도 가석방 가능성을 더 높이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사면론은 여론을 등에 업고 시작된 면이 큰데, 여론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면 한 순간에도 바뀔 수 있다. 결론이 나기 전까진 ‘국민적 공감대’를 해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은 대외 움직임은 최소화하면서 잡음이 날 요소는 빠르게 정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이 시작된 뒤부터는 한껏 몸을 낮췄다. 정부 초기부터 일자리 창출, 반도체 육성 등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팬데믹 후 마스크 원료가 부족할 때는 삼성전자 해외 지사가 나서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고개를 숙였고, 자녀에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유산은 낼 세금을 모두 내고 상속받는 정공법을 폈다. 조단위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삼성가에 우호적인 여론이 확산하기도 했다.
지난달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동의의결(자진 시정 제도)을 통해 고치겠다는 뜻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전했다.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삼성그룹은 중소기업 지원 및 구내식당 일감 개방안을 밝히는 등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
삼성그룹은 오랜 기간 ‘무노조 원칙’을 고수했는데, 정부가 노동자 권리를 강조하니 그 기조를 고집하기는 어려워졌다. 작년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노조 문제로 상처입은 분들께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그룹이 당분간은 노사 갈등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계열사 직원 사이에서 지금이 노조를 설립하거나 회사에 목소리를 높이기에 최적기란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과거엔 어용 노사협의회를 내세워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재용 부회장 사면이 걸린 민감한 시기다 보니 당분간은 낮은 자세로 노조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대형 M&A 행보는 멈춘지 오래다. 총수 부재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큰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데, M&A를 덜컥 추진해 ‘총수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는 인식을 주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중소형 기술기업 M&A는 간간이 해왔지만 최근엔 그마저도 보기 어려워졌다. 현재로선 성과가 주목받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보니 ‘M&A 대상을 보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는다’는 외부 평가도 나온다.
계열사 경영진과 임원들도 특별히 평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경영진이 구설에 오르면 이 부회장 사면 논의에 득이 되지 않는다. 해당 경영진이나 임원의 임기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원래도 내부 경쟁이 심하고 평판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지금은 특별히 더 민감한 시기”라며 “이럴 때 문제를 일으키는 임원은 다음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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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