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B' 도입을 분리매각 불쏘시개로만 써
"기업가치보단 자금회수 급급 관치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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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우리투자증권 매각은 그 당시로선 최선이었을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 악수(惡手)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투자증권을 품에 안은 농협금융그룹은 대형 금융그룹과 어깨를 견주는 '5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했고, 증권사를 잃은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확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기적인 공적자금 회수 목표에 매몰돼 한 금융그룹의 경쟁력을 꺾어버렸다는 점에서 '정부 딜(deal)'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6월 현재 주가가 1만1000원 수준을 맴돌고 있다. 2019년 지주 체제 재출범 직후 기록한 이전 최고 주가(1만6000원)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말 연 저점을 기록한 이후 시장 금리 상승과 함께 주가가 상당부분 올랐지만, 타 금융주의 주가 상승폭과 비교하면 다소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 주가 부진의 배경으로 비은행 부문의 약세를 꼽는다. 우리금융은 지주 재출범 이후 비은행 부문 확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고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쟁사들은 은행의 약세를 증권의 약진을 통해 방어해왔다는 점에서 증권 계열사 부재는 뼈아프다는 평가다.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제도 도입 이후 증권사 사업 규모 확장은 불 보듯 뻔한 미래였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대형증권사들의 기업금융 수수료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입이 급증했다. 정부는 대형IB 제도 도입을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의 불쏘시개로만 사용했고, 우리금융그룹의 가치 상승과는 연결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NH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에 이른다. 농협금융의 우리투자증권 경영권 인수 가격의 4배, 인수 당시 기업가치(약 2조원) 대비 75% 성장했다. NH투자증권은 인수 다음 해부터 수익이 큰 폭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은 이미 투자 금액의 절반을 배당으로 회수한 상태다.
현재 우리금융은 이도 저도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 주가에는 비은행 부문 확장 기대감이 반영돼있다는 평가다. 다만 막상 인수할만한 매물은 마땅치 않다. 대형 매물은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이미 선점했고, 남은 건 부실을 예측할 수 없거나 라이선스 외엔 큰 가치가 없는 중소형사 뿐이다.
은행 뿐인 '원맨팀'으로는 재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최근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하며 '과도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말하면, 대규모 M&A 부담을 은행이 짊어진다면 등급 하락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NH투자증권만한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해도 우리금융이 내밀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는 셈이다.
정부는 199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금융에 12조766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12조원 안팎이다. 현재 우리금융 시가총액은 8조2000억원으로, 정부 지분 15.25%의 가치는 1조2500억여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안타증권 등 철마다 중견 증권사 인수설이 도는 것이나,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라이선스 전환설이 나오는 건 부재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며 "증권을 보유한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높일 생각은 안하고 자금 회수에만 급급했던 관치(官治)의 실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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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1일 15: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