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핀테크 업체가 씨티은행 아시아 WM 시스템 구축
PB인력 데려와도 결국 시스템은 씨티은행에 의존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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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매각이 표류하고 있다. 회사 측에선 소비자 금융 부문 매각에 나서고 싶어하지만 뚜럿한 인수자가 보이질않는다. 일각에선 경쟁력 있는 자산관리(WM)부문 만이라도 떼어 팔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노조의 반대도 심하고, 그 마저도 경쟁력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알짜’인 시스템은 내버려 둔채 ‘껍데기’에 불과한 점포와 인력만 매각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인도를 포함해 아시아 13개국 소매금융 부문 매각에 나섰다. 13개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란드 폴란드, 바레인 등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부터 소비자 금융 부문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높은 인건비 등으로 매력이 없다는 판단에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후보가 나타나질 않고 있다. 카드부문과 앞으로 유망한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WM 부문만이라도 팔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통매각만을 주장하고 있고,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아시아의 WM 사업을 이해해야 한다.
씨티은행은 싱가폴에서 아시아 국가의 WM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이번에 매각 리스트에 올려놓지 않았다. 오히려 씨티은행은 싱가폴의 WM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아시아에서 우리의 자산을 높은 수익률이 나오는 WM사업이나 기관영업에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싱가폴에 본부(헤드쿼터)를 두고 아시아의 WM 지점을 관리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 각 국가의 지점에 우수한 인력이 포진되어 있긴 하다. 국내에선 20여개의 PB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국내 금융지주들은 해당 인력에 대한 관심이 있다. 하지만 과연 매각 후에도 해당 인력이 관리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우수한 PB들이 WM센터에 있다고는 하나 매각 후에도 해당 인력들이 남아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이들의 인건비도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우수 인력을 다른 곳에 뺏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실제 씨티은행의 WM의 핵심은 개별 인력에 있기보단, 오랜 시간 씨티은행이 구축해 놓는 WM 시스템에 있다.
씨티은행은 2010년대 중반 WM 고객을 관리하기 위해 홍콩 핀테크 업체를 통해 WM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전세계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로, 씨티은행은PB가 해당 플랫폼을 사용해서 고객 별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짜고 이에 맞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씨티은행은 이를 위해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했다.
사실상 PB인력보다는 시스템이 WM 부문의 핵심자산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아시아 국가에 있는 WM 센터를 매각해도 씨티은행의 고액자산가들을 가져오기 힘든 구조다. 기존 고객들은 이전처럼 전세계 급융사의 우수 상품에 투자하길 원할 것이고, 해당 상품은 개별 PB가 제공하기 보다는 씨티은행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점포와 인력을 인수하더라도 결국 씨티은행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회사는 이를 통해 해당 고객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을 것이란 게 이들의 계산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아시아 지점 매각에 나서는 것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서 뉴욕에서도 아시아 고객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라며 "싱가폴의 WM 사업부와 시스템만 있어도 아시아 고객 관리에 지장이 없도록시스템을 구축해놨다는 점에서 고비용의 점포와 인력만 매각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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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