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사 연이은 공모채 시장 노크
적극 투자·확장으로 자금조달 필요성↑
"하이브 등 새로운 기업들 유입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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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IT·게임 등 회사채 발행 시장의 ‘라이징스타’ 부상이 눈에 띈다. 오랜만에 공모채 시장을 찾은 네이버는 7000억원 규모를 조달하면서 단숨에 주요 발행 기업 상위권에 자리했다. ‘현금 부자’인 게임사들도 연이어 공모채 시장을 찾는 등 과거 ‘전통 대기업’ 위주의 회사채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AA 등급을 보유한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2년 반만에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7년물을 포함시켜 첫 장기물 발행 도전인 가운데 6월 28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24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총 38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서 ‘완판’ 했지만 애초 목표했던 4800억원 규모 증액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검은사막’ 개발사 펄어비스도 첫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발행에 성공하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에 이어 국내 게임사 중 3번째 공모채 발행사가 된다. 모바일 게임회사인 컴투스도 첫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총 1500억원 규모를 모집액으로 7월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금 쌓기’를 이어가던 게임사들이 공모채를 통한 차입을 늘리는 데에는 대규모 투자 건이 늘고 있는 점이 크다. 엔씨소프트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 일부를 신사옥인 글로벌 RDI센터 건립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펄어비스는 신규 게임 개발 등 투자에, 컴투스도 신규 사업 기회를 위한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컴투스는 2019년부터 게임사들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최근에도 비상장사·콘텐츠 투자,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참여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달라진 채권 시장의 평가도 공모채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상반기 공모채 발행에 나선 네이버가 ‘AA+’의 초우량등급 기업으로 올라서며 IT기업을 향한 크레딧 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창사 이래 첫 외화채 발행에 나선 네이버는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SK텔레콤과 KT 등 초우량등급 기업과 같은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산업 자체가 게임, 플랫폼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기업들로 대체가 되고 있고, 과거 비교적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평가받던 산업의 기업들이 지속적인 이익 창출과 성장을 보여주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시각도 달라졌다”며 “덩치가 커진 해당 기업들이 M&A 등 대규모 거래들을 진행하면서 자기자본만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단계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물꼬를 틀면서 카카오의 회사채 시장을 통한 조달 가능성도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전망이 ‘긍정적’으로 조정된 바 있다. 최근 콘텐츠 부문 등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 있는 만큼 ‘실탄 마련’을 위한 조달도 이어질 수 있단 관측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들의 IPO(기업 공개)로 대규모 자금 유입을 앞두고 있어 단기간 내 차입을 늘릴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크레딧 시장에서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공모채 시장 데뷔도 멀지 않다고 보고있다. 당장 발행에 나서진 않겠지만, 현재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등급은 보유하고 있어 발행에 나서려면 언제든 나설 수 있단 평이다.
향후 이러한 기업들이 채권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예로 펄어비스는 이번 발행에 앞서 한국기업평가에서 A, NICE신용평가에서 A-로 각각 다른 등급을 받아 등급 스플릿이 있는 상태다. 재무지표가 우수하지만 변동성이 큰 게임업에서 단일 게임의 지적재산권(IP)에 크게 의존하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신용평가사에서 관련 평가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사업적인 위험 요소 등을 평가할 때 기업의 시각과 차이가 클 수 있다는 평이다. 하이브도 현재 시가총액이 11조원에 달하는 기업이지만 현재 부가가치를 만들어준 것도, 매출의 근거도 대부분 ‘BTS’라는 콘텐츠에서 오다 보니 위험도를 보는 시각이 엇갈릴 수 있단 것. 쿠팡처럼 덩치는 크지만 아직 손실을 보는 기업들은 과연 어떤 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마존도 설립 이후 약 10년 이상은 낮은 신용등급으로 채권을 못찍다가 등급이 올라가면서 몇 년 전부터 채권을 대규모로 찍고 있다”며 “결국 어떤 기업이 성장하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 증자나 금융사 차입은 한계가 있고, 직접 발행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은 신생 기업들이 조달시장을 찾을 것이고, 시장 참여자들도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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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