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증권사도 OCIO 관련 조직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서
운용사-증권사의 치열한 경쟁에 원가 이하 운용보수 심해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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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 증권사가 속속들이 뛰어들고 있다. 기업금융(IB)과 홀세일(Wholesale)을 위시한 기존의 네트워크와 조직력으로 추격 속도도 빠르다.
OCIO 범위가 기존의 공적기금이나 공공기관에서 대학, 민간기업까지 확대되면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퇴직연금 시장과 더불어 OCIO 시장은 '금융투자업계의 향후 최대 먹거리'로 손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OCIO 시장 규모는 약 100조로 추산된다. 그중 약 70%는 자산운용사가, 나머지 30%를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약 47%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쫓는 상황이다.
업계는 OCIO 시장이 향후 금융투자업계의 최대 수익창출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통과되면 OCIO 시장이 1000조원까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이 법안은 지난 2019년에도 통과가 유력시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총선 등 정치적 현안에 밀리며 본회의 문턱을 넘진 못했다.
최근 들어 OCIO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20조원 규모의 주택도시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성과보상기금(1조3000억원)을 운용을 맡아 증권사 중에서 최대 규모의 OCIO 자금을 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안에 OCIO운용팀을 OCIO운용본부로 확대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증권도 2015년부터 9조5000억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의 OCIO 위탁기관으로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도 OCIO 시장 진출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 OCIO 마케팅팀을 OCIO영업부로 승격시키고 OCIO운용부를 별도로 두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연기금투자풀과 산재기금운용본부장을 지낸 김성희 상무를 영입하는 등 OCIO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900억원 규모의 한국거래소 OCIO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OCIO 사업을 전담하는 OCIO센터를 운영 중이며 올 하반기에 인력을 충원해 부서를 확대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도 OCIO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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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O 시장을 두고 증권사와 운용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로 OCIO에 특화된 장점을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IB, 홀세일, 리테일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갖고 수많은 상품이 거래되는 일종의 플랫폼 플레이어"라며 "수많은 상품들 중에 전략적으로 자산 배분을 하고 장기적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OCIO는 타 운용사의 상품도 분석하며 분산 투자를 하는 구조"라며 "운용업이 기본인 운용사가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증권사보다 타 운용사를 분석하고 분산투자를 결정하는 데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운용사와 증권사의 치열한 경쟁으로 지금도 낮은 OCIO 운용보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남재우 자본시장 연구원은 "한국의 OCIO 시장 수수료는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비합리적인 수준"이라며 "OCIO 계약기간이 4년에 불과한 단기적인 관계에서 낮은 운용보수를 성과보수로 보완하는 현행 수수료 체계는 예상치못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운용보수는 40~50BP정도고 우리나라는 3BP 정도"라며 "먼저 시장을 선점해 트랙레코드를 쌓는데 의미를 두고 당장의 수익성이 낮더라도 R&D 비용 낸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 자체가 워낙 낮아 1년에 10조원 굴려봐야 30억원 정도 남는 구조"며 "앞으로 더 많은 증권사와 운용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용보수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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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2일 09: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