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증권신고서 수정 등으로 청약 김 빠져
오비고·큐라클·한컴라이프케어 등 중소형 공모주 ‘옥석가리기’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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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카카오뱅크, HK이노엔 등 중대형 공모주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중소형 발행사들도 저마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오비고, 큐라클, 한컴라이프케어 등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공모가와 낮은 기업가치 등을 앞세워 청약 흥행에 나선다.
반면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등 대형 공모주들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일반 투자자의 비판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거듭된 정정 요청으로 청약 시기가 애매해진 데다 밸류에이션(Valuation) 전략 노출 등으로 김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정정신고 포함 HK이노엔, 크래프톤, 오비고, 카카오뱅크, 한컴라이프케어 등 10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공모규모가 5000억원이상의 대어급 공모주들은 세 곳으로 나머지는 모두 공모규모가 1000억 미만의 중소형 주들이다.
그간 공모주 시장에서 몇천억원 단위의 공모규모는 연간 두세 건에 불과할 정도였지만 최근 이례적인 호황기를 틈타 대어급 공모주들이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청약 과정에서 인지도가 높은 만큼 중소형 기업들은 청약 시기를 조정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크래프톤 등 대형 공모주들이 금감원 제동에 잇따른 구설수에 오르면서 중소형 공모주들이 틈새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일 크래프톤은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모규모와 비교기업 구성을 모두 바꿨다. 연일 지속된 공모가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금감원 눈치를 살펴 신고서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이은 논란에 크래프톤의 청약 열기가 다소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발행사가 스스로 생각하는 절대적인 기업가치가 이미 한 번 노출이 된 만큼 기관 및 일반투자자와 심리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거품’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비교회사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한 곳도 포함시키지 않은 데다 대부분 외국계 금융 플랫폼 회사로 구성했다.
반면 오비고, 큐라클, 한컴라이프케어 등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공모가를 앞세워 청약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오비고는 스마트카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및 콘텐츠 서비스사업 제공 회사로 공모가는 1만4300원이다. 안정장비 회사 한컴라이프케어는 희망 공모가 범위가 1만700원~1만3700원, 큐라클은 2만원~2만5000원으로 매겨졌다. 카카오뱅크 공모가는 최대 3만9000원, 크래프톤 공모가는 무려 약 40만원대에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부담이 적은 편이다.
대형주를 의식해 스스로 공모가를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 한컴라이프케어 사업부문은 크게 호흡기, 마스크, 피복 등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보건마스크 실적은 제외했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 창궐에 따라 보건마스크 매출이 이례적으로 증가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전체 매출 약 1541억원 가운데 20% 비중을 차지하는 보건마스크 매출 약 370억원을 차감했다. 이에 따라 순이익 역시 전체 269억원에서 210억원으로 감소해 평가 시가총액을 1630억원가량 낮췄다. 그만큼 공모가액이 낮아지는 셈이다.
대부분의 중소형 공모주들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최근 코스닥 지수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일 기준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5.68포인트 오른 1035.64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최고 수치이며 지난 4월20일 이후 두 달 만에 연중 최고수치를 새로 썼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대어급 공모주들이 올해 들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그간 공모주 시장 기준으로 흔치는 않은 일”이라며 “최근 대형 공모주 거품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중소형 공모주 중 ‘옥석 가리기’를 하는 것도 전략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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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