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증권사 관계 감안하면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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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종합화학이 상장 결정을 거둬 들인지 한참이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 그동안 상장 업무를 맡았던 증권사들은 조 단위가 넘는 ‘빅딜’이 무산된 만큼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주하다. 갑작스런 상장 철회로 주관사들 역시 타격이 컸던 만큼 한화종합화학 측이 그동안의 투입 비용 일부를 부담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다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발행사 입장에선 거래(딜)가 성사되지 않아 비용을 지불할 명분이 없는 데다, 비용 산정 방식도 불분명한 탓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상장 철회 결정에도 주관사들을 상대로 일부 비용을 지불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대기업 그룹에서 투자은행(IB) 업계에 지불하는 비용을 성과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실제 성사될지 장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관사 입장에선 상장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받을 수 있는 비용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증권사로서도 일회성의 비용을 받기보다는 대기업과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것이 유리하다.
비용을 받는다 해도 몇 푼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주관사들은 한화종합화학 본사 건물을 사용해 임차비용이 들지 않은 만큼 투입 비용이라고 해봤자 법무법인 비용이나 인건비 정도다. 해외 투자설명회(IR)을 한 상태도 아닌 만큼 출장비용도 포함되지 않는다. 주관사 입장에서도 얼마 되지 않는 비용을 받을 바엔, 오히려 기업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수년 뒤 재상장 기회를 노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IPO는 주관사 선정 이후에도 실제 상장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꼭 상장이 아니더라도 대기업 커버리지 등 회사채 발행 차원에서도 관계를 쌓아야 하는데 (비용을 받으면서) ‘소탐대실’ 할 증권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장 철회 이후 주관사들이 해당 기간에 대해 보상을 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 상장을 철회했고 SK루브리컨츠도 무려 세 번이나 상장을 시도했다가 올해 결국 지분 매각으로 선회했다. 이들 모두 주관사에 별도의 비용을 보상한 내역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선 수년 뒤 만약 발행사가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경우 주관사단 변경만 안했으면 좋겠다는 자조적인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선 상장이 어그러졌을 때에도 주관사들에 일정 부분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업계 컨센서스(동의)가 전무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상장 철회가 벌어지면 주관사단에서는 발행사들이 밸류에이션(Valuation) 관련 증권사들의 전략만 무상으로 취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보상 체계는커녕 상장 업무를 맡았던 주관사들에 오히려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수년 전 산은금융지주가 상장을 준비할 당시 여러 증권사들이 몇 개월 간 별도 공간에 상주하며 상장 업무를 진행한 바 있다. 결국 상장은 무산됐지만 산은지주 측에서 증권사 관계자들을 불러 공간 임차 등 그동안 들어간 비용을 지불하라는 요구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에서 가장 힘 빠지는 일이 바로 상장 업무를 한창 진행하다가 엎어지는 경우”라며 “해당 기간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따져보면 손해가 막심하지만 그렇다고 대기업 고객을 상대로 항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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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