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락업 0%대…빅딜도 여파
남은 후보들에 운용사 대비태세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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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후보 기업들의 수요예측에서 락업(보호예수)을 거는 기관투자자의 수가 지난해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락업은 많은 공모주 물량을 가져가는 기관투자자에게 일정기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통상 락업을 건 기관들은 물량을 더 많이 가져간다.
오래 보유하고 있기엔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들이 상장에 대거 나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란 지적이다. 락업비율이 기관들 사이에서 공모주 시장의 불황을 예상하는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오면서 IPO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의 수요예측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7일 SD바이오센서는 수요예측 끝에 희망밴드 최상단인 5만2000원을 공모가로 확정지었다. 그러나 의무확약비율은 12.5%에 그쳤다. 앞서 SD바이오센서의 수요예측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만큼 물량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의무확약비율이 높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깬 결과였다.
SK IET가 상장한 5월 이후부터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기관들이 상장사에 대해 락업을 많이 걸지 않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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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수요예측을 진행한 엘비루셈과 라온테크의 총 참여수량 대비 락업 비율은 각각 4.5%, 8.9%로 한 자릿수대에 그쳤다. 6월 초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노뎁도 6.05%를 기록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에이프로의 전체 신청수량 대비 락업 비율이 10.46%였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빅딜(Big Deal)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 IET도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의 6개월 이상 락업 비율은 50.86%로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 IET의 6개월 이상 락업비율은 모두 22% 가량에 그쳤다.
빅딜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들의 6개월 이상 락업 비율은 더 낮았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들 사이에서 12.5%라는 나름 양호한 락업비율을 기록한 SD바이오센서도 6개월 이상 락업비율은 0.3% 정도다. 6월 중 수요예측에 돌입했던 아모센스와 오비고의 6개월 이상 락업 비율도 0%대를 기록했다.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호황일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란 인식이 짙단 설명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공모주 청약에 성공하면 차익 실현은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당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비교적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것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란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가가 저렴하더라도 나중에 주가가 빠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언제까지 공모주가 잘 될지 몰라 불안하다"라며 "SD바이오센서도 씨젠보다 싸긴 하지만 씨젠과 같은 기업은 아니어서 오래 보기엔 별로인 기업이라 락업 비율이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이 기관들 사이에서는 비싼 공모가 때문에 락업을 거는 것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 수요예측 당시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가가 비싸긴 하지만 어차피 시장이 좋으니 상장 이후 주가가 빠질 것 같지는 않다"라며 "다만 락업 기간을 길게 걸기는 부담스럽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장 14일부터 크래프톤을 필두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빅딜의 수요예측이 잇따를 예정이다. 해당 기업들이 저조해진 락업 수요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운용업계는 이달에 휴가를 미리 다녀오는 등 일정 조정에 분주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부터 LG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등 규모가 큰 곳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11월까지는 기업분석, 수요예측 등 때문에 정신이 없을 듯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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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