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불만, "과하다", "카카오뱅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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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의 증권신고서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게 퇴짜를 맞았다. 업계에서는 페이팔(Paypal) 등 규모에 있어 카카오페이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기업을 비교기업(Peer Group)으로 선정한 데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정 요청에 따라 카카오페이의 공모청약 일정 지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금감원은 카카오페이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공시했다. 카카오페이가 이달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은 정지됐다. 카카오페이는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미제출시 공모 철회로 간주한다.
금감원이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의 증권신고서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이 금감원의 요청에 따라 각각 희망 공모가를 40%, 10% 가량 하향조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페이의 '공모가 산정을 위한 피어그룹' 때문에 금감원이 팔을 걷어붙였다고 보고 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페이팔, 스퀘어(Square), 페그세구로(Pagseguro)를 피어그룹(Peer Group)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피어그룹과 관련, 기관투자자들은 카카오페이와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평가한 바 있다. 페이팔은 국내 시장에 한정된 카카오페이와 달리 전세계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퀘어도 카카오페이는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인 비트코인 덕에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어서 동일한 성장률을 카카오페이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정정 요청에 따라 카카오페이의 공모 청약 일정은 연기될 전망이다. 통상 기업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면 금감원으로부터 15일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카카오페이 측은 "정해진 건 아직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주관사는 다시금 기업가치 산정 방법론을 고민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감원이 제동을 건 데 이어 또 다시 밸류에이션을 문제 삼자 불만이 커진 분위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기업가치 산정 방법 자체를 건드리는 건 월권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아닌 카카오페이에만 정정 신고를 요청한 것이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피어그룹에 대해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해외 기업들을 피어그룹으로 삼은 까닭에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피어그룹을 가지고 따져보면 카카오뱅크 피어그룹이 더 이상하다"라며 "인지도가 낮은 잡동사니 같은 해외 기업들을 모아 놓으니 금감원도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건지 아니면 해외 기업에 대해 잘 몰라서 넘긴 건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피어그룹 중 카카오페이와 겹쳤던 페그세구로 선정 기준에 대한 업계의 의문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는 B2C 플랫폼 영업수익이 20% 이상이라는 '사업적 유사성'을 근거로 페그세구로를 피어그룹으로 삼았다. 그러나 페그세구로의 플랫폼 페그뱅크(Pagbank)의 매출 비중은 7%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유독 IPO에 날을 세우는 금감원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특정 증권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경우 금감원을 상대하는 업무가 훨씬 수월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발행사들도 '금감원에 찍힌 증권사'를 인지하곤 주관사 선정시 고려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담당 인력들이 계속 순환이 되다보니 업무 연관성도 떨어지고 외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편해하지 않는 갈라파고스같은 곳이다라며 "여론이 악화되면 사전 고지 없이 일정 자체를 밀려버리게 만들곤 나중에 주관사에 사과하는 일이 반복되니 증권사들이 불만이 상당한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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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16일 16: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