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확대 한계·새 경쟁자 등장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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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앞둔 카카오뱅크의 전망과 관련한 시장 내 논의가 뜨겁다. "과연 상장 이후에도 지금까지의 고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까"가 핵심이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나면서 규제 강화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카카오뱅크와 관련해 “카카오뱅크의 빠른 성장에 기존 전통은행들이 큰 위협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카카오뱅크는가 심리스(seamless)한 디지털 뱅킹 고객 경험으로 개인 신용대출 자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대부분의 한국 은행보다 낮은 비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과 중소상공인 대출 상품 출시를 하면, 12~18개월 후 전체 원화 대출 시장 중 카카오뱅크가 타겟으로 하는 시장이 지금의 14%에서 65%인 시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통상 미래 지향적인 의견을 담는 증권사에서 발표한 '소신 보고서'도 주목을 받았다. 15일 유안타증권은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너무 높다”며 “결국 타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한다. 기존 국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의 확장이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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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부에서 그동안 인터넷은행 육성을 위해 간섭을 최소화했지만 앞으로는 규제의 수위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당시 내걸었던 ‘혁신 금융’에 포함된 중금리 대출 사업이 미미한 상황이라 금융당국이 공공연하게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십년간 지켜오던 은산분리 방침을 깨고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예외로 은행업 라이선스를 준 건데, 중금리 대출 확대 계획 미달 등 당국과 약속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면서 크게 배신감을 느끼고 괘씸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카카오뱅크를 곱게 보고 있지 않은 상태라 앞으로 견제가 나타날텐데, 과연 여러 간섭이 들어가면 고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당국은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주기 전 사업계획을 여러 번 반려하면서까지 중금리 대출 비율 높이기를 요구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가 본인가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에서 목표한 2020년 기준 가계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약 30%였다. 실제 지난해 말 비중은 10.20%에 불과했다.
약속 불이행에 화난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새로운 계획 제출을 요구했고, 지난 6월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전략’을 발표했다. ‘중‧저신용 고객 대출 확대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취급할 중‧저신용 고객 대출은 그동안 카카오뱅크가 외면해온, 정부 보증없이 자체적인 신용평가모형(CSS) 평가로 내주는 신용대출이다.
‘겁먹은’ 카카오뱅크의 계획이 이행될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달성 했을 때'에 대한 우려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10%인 중금리대출 비중을 2023년까지 3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제시했다. 업계에선 "이처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면 향후 리스크 감당이 될까"란 의견이다. 중금리대출은 ‘빌려줄 땐’ 티가 안나지만 시간이 지나 리스크가 터지면 대손 연체율 등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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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은행업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강점을 내세운 카카오뱅크는 지난 몇 년 간 가파른 성장을 보여왔다. 국내 은행사업의 2017~2020년 연 평균 성장률(국책은행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은 여신이 8.0%, 수신이 9.0%대에 불과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각각 63.8%, 67.1%에 육박한 성장률을 보였다. 빠른 성장에는 금융당국의 역할이 컸다. 테크기업을 향한 느슨한 규제에 대해 기존은행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만을 내비쳐 온 바 있다.
기업여신이 없는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로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부터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대출 중 신용대출이 4분의 3 수준으로, 담보대출을 크게 올리지 못하고 있는 점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 대출을 비대면으로만 진행하는 것에 대한 기술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단 평이다. 기존 시중은행에서 대면으로 다량의 서류를 검토하는 담보대출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게 쉽지 않은 탓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처음엔 혁신이란게 있었는데, 이젠 기존 은행들도 편리한 모바일 앱을 구축했고 ‘감성 마케팅’을 통한 고객 확보 말고는 크게 차별점이 없다. 토스라는 도전자도 나타나서 어떻게 반격할지도 문제”라며 “비교적 쉬운 신용대출로만 크는 건 한계가 있다. 담보대출이 부진해 증자 대금이 크게 들어와도 향후 성장전략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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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