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서비스는 유사…차별점은 '광고'?
"혁신금융 통해 오른 MAU로 장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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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뱅크가 수요예측을 앞두고 간담회를 통해 '플랫폼을 보유한 인터넷은행'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국내 시중은행과의 차별점을 다시금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플랫폼 비즈니스 관련 계획은 펀드, 방카슈랑스 등 판매에 그치고 있어 기존 은행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광고'도 제시했지만, 혁신 금융을 내세우며 모은 고객들을 볼모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어서 향후 평판에 대한 우려가 커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뱅크가 국내 시중 은행들과 다른 점은 '국내 최초의 100% 모바일 은행'이고 '플랫폼 사업 확장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이란 강점을 펀드 및 방카슈랑스 판매로 확장할 것이며 기존 은행들이 하지 않던 '고객 혜택 광고'도 고민 중이다."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카카오뱅크가 국내 시중 은행을 비교기업(Peer Group)으로 삼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이 쇄도했던 탓인지, 카카오뱅크는 질의응답 파트에서 해당 내용을 가장 먼저 공개했다.
사실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정체성' 관련 의문은 상장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도 풀리지 않고 있다. 피어그룹 선정 기준에 '비대면 매출 비중' 등을 넣은 점을 감안하면, 플랫폼사로 시장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싶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 정책'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중금리 대출을 계속 압박할 것이고, 중금리 대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사업구조가 은행 비즈니스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넓지 않다는 점에서 지난해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배상 압박에 순순히 따라야만 했던 시중은행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통한 추가 성장 가능성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특히 플랫폼을 통해 펀드나 방카슈랑스 판매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상품들은 카카오뱅크가 앞서 '다르다'라며 열을 다해 구분지으려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이미 예전에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선택한 것들이다.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로 펀드 판매가 어려워지자 반대급부로 방카슈랑스 판매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의 차별화를 위해 '고객 혜택 광고'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플랫폼 비즈니스 관련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는 질문에 윤 대표는 "기존 금융회사가 하지 않았던 뱅킹 커머스나 압도적 '월별 활동 이용자'(MAU)를 바탕으로 고객 혜택 광고 집행도 생각 중이다"라며 "두 가지 영역은 은행이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장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고객을 활용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은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고민하는 고객 혜택 광고는 사업 연관성을 고려하면 '금융상품 광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금융상품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해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아닐 경우 광고를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금융상품 광고 자체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규제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셈이다.
게다가 카카오뱅크가 금융상품 광고에 나서는 순간 '혁신 금융' 명분을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혁신을 명분삼아 'MAU'로 장사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광고 집행은 카카오뱅크가 아닌 모기업인 카카오의 영역이라는 냉소적인 평도 나온다.
간담회가 끝난 후 한 금융권 컴플라이언스업계 관계자에게 관전평을 부탁했다. 그는 "불법과 적법 사이 중간 영역에 놓여진,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핀테크 업체들이 '혁신'이라는 이유로 고객을 볼모로 잡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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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20일 15: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