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딜 발행규모 커져…목적에도 변화
유동성 풍부할 때 틈타…"IPO보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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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사가 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가 9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발행규모의 10배 수준이다. 기업들이 증시 호황을 틈타 지분 희석률을 낮추면서도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한 증자를 선택한 것이다. '대세 상승장'이라는 특성 탓에 투자자들의 호응도도 높았다.
유상증자 딜(Deal) 한 건 당 규모도 역시 늘어났다. 또한 유상증자 목적도 '채무상환'에서 '타법인증권 취득'을 통한 신사업 진출 및 기존산업 육성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투자금 마련을 위해, 주당 가치가 높아진 주식을 대규모로 발행해 시장에 내다팔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 발행규모(공모 기준)는 9조3115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9441억원) 대비 10배 증가한 값이다. 지난해 유상증자 전체 발행규모(6조원) 대비 50%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한국예탁결제원도 올해 상반기 주주배정·일반공모·제3자배정 등을 포함한 상장법인의 전체 유상증자 발행규모는 231개사, 17조3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348.7%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별 거래의 발행 규모가 상당히 큰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 발행규모가 가장 컸던 유상증자 딜 3곳은 ▲ 에이치엘비(3391억원) ▲ HDC현대산업개발(3207억원) ▲ 심텍(618억원) 등으로, 합치면 7000억원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발행규모가 가장 컸던 유상증자 딜로는 ▲ 대한항공(3조3160억원) ▲ 한화솔루션(1조3461억원) ▲ 포스코케미칼(1조2735억원) 등이 있으며, 이들의 발행규모만 6조원 수준에 달한다. 전년동기 대비 발행규모 기준 상위 3개의 딜 규모만 8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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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법인증권 취득' 목적의 유상증자 딜도 늘고 있다. 올해 3월 유상증자를 추진한 한화솔루션은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태양광 사업' 관련 자산취득을 위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도 전기차 수요 급증에 대비해 양극재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유럽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유상증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타격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상증자 추진의 목적을 '채무상환'으로 명기한 기업이 많았다. 지난해 7월 유상증자를 단행한 대한항공은 국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전액 지불했다. 두산중공업은 자구안 이행을 위해 지난해 1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조달한 자금 전액을 국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하면 기업이 어렵다는 신호로 여겨졌지만 요즘 같이 신사업 청사진이 중요해진 시기에 타법인증권 취득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하면 좋은 신호로 해석되는 편이다"라며 "기업들이 발행 규모를 크게 잡더라도 타법인증권 취득 목적이라면 투자자들이 좋게 보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었다는 평이다. 과거보다 주가가 꽤 높게 형성되어 있고 유동성도 풍부해 같은 금액을 모집하더라도 투자자 참여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풍부해진 유동성 덕에 증자를 하더라도 지분 희석이 적고 최근 투자자들의 참여도도 굉장히 높은 등 시장환경 자체가 유상증자를 집행하는 게 예전보다 유리해졌다"라고 말했다.
산업환경이 좋지 않아 증자 흥행 여부가 불투명했던 기업들이 그간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뛰어든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한 보통주가 전량 청약됐고 청약률도 105.47%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업황이 악화된 대한항공(올해 기준)과 제주항공도 각각 105%, 90% 가량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기업들이 속속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과 관련, IPO와 비교해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IPO는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주식자본시장(ECM)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시장으로부터 밸류 정당성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없진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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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