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도 변수, 유동성 줄어들까 고심
거래 서두르거나 “큰 영향 없다” 낙관도
대선 국면, 테마주·수혜적 정책 난립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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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자본시장은 여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작년에 못했던 거래와 투자 활동이 봇물을 이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시장이 위축될까 고심하고 있다. 자산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등 부담이 늘며 기준금리 인상 압박은 점차 커졌다. 금융사와 투자자들은 시장금리가 언제 오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었다. 각종 수혜성 정책이 난립하고, 표가 많이 걸린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반기 국내 경제는 괄목할 회복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며 우리 수출과 투자도 늘었고, 백신 접종이 늘면서 소비 심리도 개선됐다. 기업들의 활동과 투자 시장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주식자본시장(ECM)은 유동성에 힘입어 유례없는 호황을 보였고, M&A 거래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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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며 분위기는 몇 주 사이 급반전했다. 지난달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안정세로 접어들자 정부는 이달부터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일 1000명대를 훌쩍 넘어서자 거리두기 단계를 다시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상당 수 기업이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시급한 경우가 아니면 외부 자문사들의 방문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자문사들도 대부분의 자체 마케팅 및 정보 공유 회의를 취소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작년처럼 상당수 미팅이 온라인 화상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올해는 M&A 거래 건수가 늘면서 국경간거래(크로스보더)도 많아졌다. 특히 조단위 대형 거래는 이베이코리아, 하이퍼커넥트, 테일러메이드 등 대부분 크로스보더로 채워졌다. 하반기도 크로스보더가 늘 것이란 기대가 많았는데 남미발 ‘람다 변이’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남미와 교류가 많은 유럽으로 변이가 확산하면 작년의 공황이 다시 찾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M&A 자문사 관계자는 “올해 M&A 시장은 작년보다 훨씬 활성화됐지만 코로나가 다시 확산함에 따라 하반기에 크로스보더 거래가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는 여전히 해외 운용사에 간접적으로 돈을 맡기는 방식이 주고, 작년 이후 망가진 자산들을 헐값에 처리하는 사례도 많다. 해외 실사는 당분간 어렵다 보니 앞으로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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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하반기 이후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바로 기준금리를 올리긴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다만 과다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자산 가격, 가계대출 급증,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우려가 크다. 자본시장에선 시기 문제일 뿐 하반기 중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은 줄고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 있어 금융사들은 어떻게 금리 상승에 대비할지 고심이 많다.
한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차주들은 대부분 고정금리를 바라지만 금융사들은 금리 상승기엔 변동금리가 유리하기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사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채권 투자 수요가 줄고, 팔리지 않은 물량을 떠안게 돼 손실을 입을까 걱정하고 있다. 금리 인상만으로도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M&A나 ECM 영역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고민이다. 시장 유동성이 줄면 기업가치도 보다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샘과 인터파크 등 오랜 기간 변죽만 울리던 거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막판 유동성 장세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투자은행(IB)은 금리 인상 전 윈도우가 열려 있을 때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상장전투자(Pre-IPO)나 증자도 마찬가지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화하고 있어 갈수록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증자 계획이 있는 기업들은 그 전에 증자 시기를 잡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는 3분기까지 예상되고, 이에 따라 주식 시장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변수로 꼽힌다. 파월 Fed 의장은 테이퍼링은 아직 멀었다는 입장을 계속 내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개인들의 투자 열기로 IPO 시장에 거품이 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증시가 단기간에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더라도 백신 접종 증가의 효과는 있을 것이고, 쓰지 못한 유동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투자 열기는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는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든다. 각 정당 대통령 후보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 전체로 봐도 가장 큰 이벤트기 때문에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작게는 언제나 그렇듯 유력 후보를 둘러싼 테마주가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 직원이 많은 구조조정 기업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 수 있다. 이 역시 일종의 ‘테마주’ 이슈다.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산업은행은 원칙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고용 인력이 많은 전통 제조업 구조조정에선 표심을 걱정하는 정부와 야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수혜적 정책도 쏟아질 전망이다. 이미 각 계층에 대한 지원 정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최근 2025년까지 22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250만개를 만들겠다는 한국판 뉴딜 ‘2.0 버전’ 계획을 밝혔다. 한국판 뉴딜의 두 축인 디지털과 그린에 이어 ‘휴먼 뉴딜’도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고 했다.
정권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심성 정책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작년 한국판 뉴딜 출범 때에 비해서도 자본시장의 관심이 크게 시들한 모습이다. 최근 일부 상장 준비기업의 공모가 조정의 배경에 ‘개미 투자자들의 수익 극대화’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지금부터 정치권의 모든 시선은 표심 끌기에 맞춰질 것”이라며 “정부도 대선 전까지는 장기적 비전이나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시장과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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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