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조차 어려운 시니어vs회의감 느낀 주니어
MZ세대 매니저와 협력하는 시니어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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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투자 많이들 하는 하이브 같은 곳들은 산업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40대 펀드매니저 A씨)
"시니어 펀드매니저(이하 매니저)들도 공부를 해야 도태되지 않는다. 2030세대와 잘 어울리는 시니어 매니저는 나보다도 잘 아는 눈치였다" (30대 펀드매니저 B씨)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의존해 펀드에 담는 시니어 매니저를 보며 내 미래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20대 펀드매니저 C씨)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전통 제조업보다 정보기술(IT) 기업이 크게 각광받으며 운용사 매니저들 사이에 세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시니어 매니저들은 플랫폼 등 IT산업에 대한 이해가 어려워 주가 상승 가능성을 판단하기 녹록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주니어 매니저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의존하는 시니어 매니저들을 보며 회의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시가총액(이하 시총) 순위는 한국전력공사, 삼성전자, LG전자, 포항종합제철(現 포스코) 순이었다. 2010년대에도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현대중공업, LG화학 등 제조사들이 시총 순위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시가총액 10위권에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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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증시에 입성하려는 플랫폼 기업들도 늘고 있고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하이브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계열사들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희망 공모가를 비교적 높게 산정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보유하고 있음을 근거로 비교기업(Peer Group)에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시켰다. 카카오 계열사들도 '카카오톡' 플랫폼의 위력을 들어 제시한 기업가치를 정당화해왔다.
이에 따라 운용업계에서는 세대갈등 양상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물론 투자 유망기업의 변동은 과거부터 있어온 만큼 그간 세대갈등이 없진 않았지만 새로운 부류의 사업이 등장하면서 그 골이 깊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는 지적이다.
먼저 시니어 매니저들은 플랫폼 등 IT기업의 사업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메타버스 등 IT기업들이 내놓는 플랫폼 모델은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처음 출시된 것이기에 적정 주가 산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일부 시니어 매니저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매매 의견에 의존하기도 한다. "사업성 판단 이전에 일단 유행하기 시작하면 펀드에 담아라"라는 말도 돌고 있다.
이에 회의감을 느끼는 주니어 매니저들도 늘어난 모습이다. 이들은 입사 이후 투자 판단을 능숙하게 내리는 펀드매니저로 거듭나기 위해 기업 구조나 사업 등 상당히 많은 공부량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공부한 것만을 가지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시니어 매니저들을 보며 '나의 미래 모습이 되진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내에 공부를 안하려 하는 시니어 펀드매니저들이 많다"라며 "예전에 공부한 것만 가지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데 그 매니저가 담당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할 때도 많고 멀티플을 추정해도 정확한 경우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중간에 끼인 30대 중후반 매니저들은 시니어 매니저들이 주니어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2030세대에게 적극 다가오는 40대 매니저들도 상당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주니어 매니저들에게 허물없이 다가와 의견을 구하는 시니어 매니저들은 되레 젊은 매니저들보다도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호평도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하지 않은 시니어 매니저분들은 오히려 나보다도 기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아는 경우도 많고 트렌드 변화에도 적응이 빠른 것 같았다"라며 "시니어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공부량이나 협업 능력 등에 따라 실력이 갈리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