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틈새시장 노려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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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공모주들이 잇따른 고평가 논란에 ‘슈퍼 공모위크’의 힘이 빠지고 있다. 이 틈을 타 롯데렌탈이나 HK이노엔 등 중·대형급 공모주들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당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대어급 공모주들과 일정이 겹치며 주목을 덜 받았지만 상황이 뒤바뀌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HK이노엔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계획을 밝혔다. 이날부터 3거래일 동안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청약기일은 7월29일부터 이틀 동안이다. 롯데렌탈 역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다. 8월9일부터 기관 및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규모가 조 단위를 훌쩍 넘는 대어급 공모주와 비교하면 롯데렌탈이나 HK이노엔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도도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각각 공모가 최하단 기준으로 롯데렌탈은 약 6700억원, HK이노엔은 약 5000억원 수준이다.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공모금액이 각각 3조4617억원, 2조552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화제를 모았던 대형 공모주들이 잇따라 논란에 직면하며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는 모양새다. 아직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논란에 휩싸인 데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일정까지 크게 밀린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는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증권신고서를 재작성하게 돼 최소 8월 이후로 수요예측과 상장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예측을 진행 중인 크래프톤 역시 여전히 일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격이 높다는 시각이 있다. 월트디즈니 등 해외 기업을 제외하고 모두 국내 게임회사로 비교회사를 꼽았지만 카카오게임즈나 펄어비스를 포함한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실적 대비 두 회사의 주가가 과도하게 고평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롯데렌탈이나 HK이노엔 등은 공모금액이나 공모구조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롯데렌탈은 플랫폼 비즈니스로 관심을 끌었던 자회사 그린카를 공식적인 기업가치 측정 과정에서 배제했다. HK이노엔은 최대주주인 한국콜마가 지속 성장시킬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금번 상장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들만 구주매각을 실시한다. 롯데렌탈의 경우 상장을 계기로 FI들이 모두 투자금을 회수해 향후 오버행(잠재적 물량부담) 가능성도 낮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평판도 긍정적이란 시각이다. HK이노엔은 JP모간을 주관사단으로 포함해 이전부터 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롯데렌탈은 국내 증권사로만 주관사단을 꾸려 미국 투자 유치에 필요한 영문 투자설명서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다만 필요할 경우 중국이나 싱가폴, 홍콩 등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 유치를 벌일 계획이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수요예측에 무려 2500조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국내 공모주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라며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투자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어 롯데렌탈이나 HK이노엔 정도의 공모금액은 충분히 국내에서도 소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