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우선주 관리 위한 유상증자 결정
중외제약·신원·KG동부제철 등도 결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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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등 해당 기준에 저촉되는 기업들은 우선주 관리를 위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개정안이 만들어진 지 1년여가 지났기 때문이다. 오는 10월부터 상장주식수 기준은 10만주로 상향 조정된다. 상장주식수와 거래량 등이 개정된 기준에 미달할 경우 단계적으로 한국거래소의 관리·감독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3일 현대건설은 총 2290억원 규모의 우선주 유상증자(200만주)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기타자금 1300억원, 운영자금 990억원으로 구성된다.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한 주주배정 방식이며 실권주는 미발행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거래소가 발표한 우선주 관련 개정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조달자금을 해상풍력 에너지사업 투자 및 운영자금에 쓴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기 말 기준 현대건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약 3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우선주 수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훨씬 많다. 현대건설은 분기 말 기준 우선주 수량이 약 9만8000주다. 곧 다가올 우선주 관련 개정안 기준인 10만주에 소폭 못 미친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작년 7월 우선주 진입 및 퇴출요건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일부 우선주 종목에서 이상 급등 현상이 나타나자 개인투자자의 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기준을 변경했다. 가장 골자는 우선주 상장주식수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주 상장주식수가 20만주 미만이면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우선주가 보통주에 비해 주식수와 거래량이 적어 주가조작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는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즉 올해 10월부터는 상장주식수 10만주 미만의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오르고, 이듬해 10월부터는 20만주 미만의 기업들이 해당 규제에 저촉된다.
현대건설이 우선주 관리에 앞장서면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기업들도 고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선주 유통주식수가 10만주를 밑도는 기업으로는 KG동부제철우, 신원우, JW중외제약2우B, 동양3우B 등이 속한다. 만약 오는 연말까지 우선주 수량을 늘리지 않는다면 내년 첫 매매거래일인 1월2일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통상 유상증자를 결정한 뒤 청약기일까지 적어도 2~3달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결단의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9월30일까지는 우선주 상장주식수 10만주 미만인 기업에 한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라며 “내년 상반기 말까지 시정되지 않는다면 상장폐지 된다”라고 말했다.
KG동부제철우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약 5만2천주로 종전 기준인 5만주를 간신히 넘는다. 물류·유통회사 신원우 역시 발행주식수가 약 9만740주다. 이외에 JW중외제약2우B, 동양3우B 등도 수량이 10만주에 못 미친다.
올해 말까지 이들 회사가 관리종목 지정을 면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나 액면분할을 통해 유통주식수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액면분할은 우선주 외에 보통주까지 포함해야 하고 유상증자 역시 구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해야 해 부담이 크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 일부 종목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동양3우B는 지난 26일 전 거래일보다 29.99% 오른 6만9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신원우 역시 금일 전날보다 10.47% 오른 5만3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우선주 이상 급등 방지'라는 금융위와 거래소의 당초 취지에 여전히 어긋나는 만큼, 우선주 주식수 관리가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원지엘에스 관계자는 “해당 규제 변화를 인지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라며 “다만 신원 우선주는 오래전에 발행된 주식이라 액면분할이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내부적으로 논의가 된다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결정을 내린 뒤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G동부제철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논의되는지 여부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중공업우, SK네트웍스우 등 10만주 이상 20만주 미만인 종목들도 마음이 급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올해 말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우선주 관리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현대건설, KG동부제철 등 더욱 시급한 기업들의 선례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내년 말 기점으로 (20만주 미만으로 머물게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상장폐지 기한까지는 아직 2년 정도 남아있다”라며 “올해 말까지는 10만주 미만의 기업들의 사례들을 지켜보고 난 이후에 적절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