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자 위주로 물량 배정한다는 점은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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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우여곡절 끝에 일반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가는 최상단으로 결정됐지만 낮은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장기 투자 위주의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크래프톤은 지난 29일 49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됐다.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이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243.15대 1로 다른 '초대형 거래'에 비해 다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카카오뱅크나 HK이노엔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모두 1000대 1을 웃돌았다.
수요예측 분위기만 놓고 볼 때 크래프톤이 다음 주 예정된 일반 청약에서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다. 크래프톤이 한 차례 공모가를 낮췄지만 여전히 가격이 높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데다 상장 후 주가 향방을 놓고 불안한 시선들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크래프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가운데 의무보유 확약 비율(수량 기준)은 22.1%에 그쳤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았던 SK IET의 경우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63.2%에 이르렀던 점과 대비된다. 앞서 카카오뱅크 역시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46%에 달했다.
크래프톤의 대주주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크래프톤은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의 보유 지분은 16.43%, 2대 주주가 중국 텐센트 자회사인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가 13.58%에 이른다. 벨리즈원, 본엔젤스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법인이나 특수관계인 지분을 다 합하면 30% 갓 넘는 수준이다. 상장 전이지만 소액주주 지분도 23.40%에 이른다. 이는 바꿔 말하면 언제든지 크래프톤 주식을 팔 수 있는 투자자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일반투자자 청약 역시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다.
상장 후 오버행(잠재 매도물량) 리스크가 높지 않다는 것은 다행인 부분이다. 미확약을 건 해외 기관투자자 중에서도 장기적인 투자 방식을 고수하는 기관들 위주로 물량을 배정한다는 점에서다. 크래프톤은 전체 배정 물량 가운데 60%가량이 해외 기관투자자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국내 자본시장법에 저촉 받지 않기 때문에 통상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는다.
다만 이번 크래프톤 수요예측에 참가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싱가포르투자청(GIC), 골드만삭스, JP모간, 피델리티, 블랙록 등 장기 투자 위주로 실시하는 곳들로 대부분 구성됐다.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았더라도 상장 후 지속적으로 크래프톤 주식을 들고 있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크래프톤 상장을 담당하는 한 IB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경쟁률 숫자가 높게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관들 중에서 장기 투자하려는 대형 기관들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도 의미가 있다”라며 “크래프톤 수요예측에 참여한 해외 기관의 80%는 장기 투자 위주의 롱펀드가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크래프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한다면 오버행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중장기 투자자들 위주로 물량을 배정한다 하더라도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은 이상 주가가 이례적으로 오를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공모주 기관투자자는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낮췄지만 불과 10%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크래프톤 수요예측에 불참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기도 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