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어려워"…인터넷·은행 담당 애널 협력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뱅크의 상장을 코 앞에 둔 지금도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인가 플랫폼사인가'에 대한 논쟁이 그 중심에 있다. 일부 연구원들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으로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피력한 반면 일부는 '그저 은행일 뿐이며 고평가됐다'라는 평을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향후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공표한 만큼 기업 분석에 은행 담당 연구원과 인터넷 담당 연구원이 협업하는 모습도 자주 관측된다. 정통 금융 담당 연구원은 대체로 보수적, 인터넷 담당 연구원은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만큼,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느냐에 따라 해당 리서치의 '톤'이 정해지는 모양새다.
카카오뱅크가 유가증권시장에 본격 상장하는 6일을 앞두고 증권가에는 다수의 분석 리포트가 발간됐다. 카카오뱅크는 비상장사로써는 이례적으로 2019년 중순부터 리서치가 발간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리서치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 투자의견은 '없음'(Not Rated)이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보면 카카오뱅크 기업가치에 대한 의견은 극단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
긍정적 시각으로 카카오뱅크를 보는 리서치들은 인터넷은행으로서의 '탑티어'(Top-Tier) 지위를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SK증권은 카카오뱅크가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비용 효율이 좋은 언택트 금융 모델로서 '롤모델'로 부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 예상치를 약 31조원(2021년말 예상치 자본 기준 PBR 5.5배)으로 제시했다. 키움증권도 카카오뱅크를 '4년 만에 28.6조원 자산 규모의 대형 은행으로 성장한 유일한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평가하며 기존 은행보단 글로벌 금융서비스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올초부터 자산 고성장을 바탕으로 이자이익이 급증했고 수수료손익 또한 적자에서 탈피했다. 또한 카카오와 공유하는 플랫폼 덕에 올해 3월 기준 1335만명에 달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은행에 불과하다'라고 평가 절하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카카오뱅크의 이익창출 구조가 시중 은행과 유사한 만큼 확정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인 18조5290억원은 상당히 고평가된 것이란 설명이 주를 이룬다.
BNK투자증권은 'SELL'(매도) 투자의견과 확정 공모가 대비 38.5% 낮은 2만4000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이어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이익이 이자이익에서 창출되고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은행과 이익구조가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플랫폼 사업을 통해 수수료 수입증가가 예상된다 하더라도 50배 이상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기대감을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봤다. 메리츠증권도 순이자마진(NIM) 상승 등을 고려하더라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가 10% 수준으로 기존 상장은행들과 큰 차이를 보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플랫폼의 성격이 혼재된 카카오뱅크가 분석하기 녹록지 않은 대상이었던 것이 의견 대립의 시발점이란 지적이다. 이는 상장설이 돌기 시작한 올 초부터 이어져 온 이슈다.
당시 한 은행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도 결국 은행인 것은 맞지만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까지 포함해 본다고 하면 분석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자연스럽게 리서치 내 협력 관계가 형성됐다. 대다수의 증권사에서는 은행 담당과 인터넷 담당 연구원이 힘을 합쳐왔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두 분야 연구원이 힘을 합쳐 '카카오뱅크 가치 시뮬레이션'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해당 레포트에서 이베스트증권은 "금융주 관점에서는 상당한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국내 금융주 방식으로는 접근이 불가하다"라는 소견과 함께 "플랫폼 기업 가치산정식인 MAU 멀티플이나 거래액 멀티플을 활용하면 20~27조원 정도의 예상 가치가 나온다"라는 의견을 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보통 인터넷 담당 연구원이 참여해 은행 담당 연구원과 함께 분석한다"라며 "분석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투자자관리(IR) 인력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지주사격인 카카오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아다가 은행 담당 연구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