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 전산 시스템 비용 충당하는 청약수수료도 신설
올 1분기 전산장애 민원건수 작년 한해 뛰어넘어
‘금융사 전산장애 피해구제’ 국정감사 주요 이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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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개인투자자 강모씨(28)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하는 6일 오전 공모주를 매도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 앱에 접속했다. 그러나 ‘서비스 지연 상태’라는 안내문과 함께 앱은 먹통이 됐다. 강씨는 개장한지 약 1시간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
강씨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부정적인 증권사 리포트가 많아 상장날 바로 팔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 넘도록 접속 오류가 떠 답답하다”며 “청약 수수료도 따로 받으면서 가격 변동 폭이 큰 청약날에 전산오류가 발생하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전산장애 발생 건수는 2019년 15건에서 2020년 28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1분기까지 접수된 건수만 해도 8건으로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산 장애 관련 민원건수는 2019년 241건에서 2020년 193건으로 다소 줄었으나 올해 1분기에만 254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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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의 전산 장애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8일 한화투자증권은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의 청약 접수과정에서 은행이체 서비스가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청약 마감 시간인 오후 4시에서 5시로 연장한 데 이어 6시로 연장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장애가 발생하자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과 함께 청약환불금이 지급되는 29일 당일 이체수수료는 전부 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대신증권에서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로그인과 주식 주문 체결 등이 되지 않는 현상이, 삼성증권에서는 반대매매 대상이 아닌 고객에게도 ‘반대매매를 개시한다’는 팝업 공지를 잘못 띄워 일부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를 두고 주식 열풍에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전산 운용 및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57곳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2조988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13%나 급증했다.
반면 전산사고를 방지하는 전산운용비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57곳의 전산운용비는 1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4% 늘었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들이 온라인 공모주 청약 수수자들을 대상으로 청약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서버 증설과 전산 투자, 운영 비용 등을 위해 수수료 징수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서버 다운을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청약 수수료를 부과하더니 전산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 상황이다.
증권사의 전산 장애 문제는 올 하반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를 발간하고 금융감독원 감사 이슈로 ‘전산장애와 피해구제’를 꼽았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고객이 전산장애 원인과 손해를 입증하기 어렵고 반복되는 전산장애는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하락을 유발한다”며 “금융감독원은 증권사가 서버용량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등 전산장비 고도화 여부를 정밀하게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