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산업에 분산투자 효과 노리는 투자자들
모닝스타 “테마형ETF 장기수익률 낮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기차, 2차전지 등 특성 산업이나 증시에 투자하는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로 돈이 몰려들고 있다. 그동안 ETF 시장을 견인해온 건 지수의 등락을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형 ETF’ 상품이었다. 그러나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로 테마형 ETF에 빠르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를 두고 특정 테마에 투자해 경기민감주를 담은 ETF인 만큼 사회경제적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테마형 ETF 시장 규모는 반년 만에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국내 5대 자산운용사(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가 운용하는 테마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상반기 기준 13조6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조9661억원)보다 6조6563억원(95.5%)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뜰 테마를 선점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ETF 출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웹툰&드라마 ETF’를 내놓았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골프 ETF, K-POP ETF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형 ETF의 선풍적인 인기는 미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 X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테마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2019년 말 28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1040억 달러, 올해 상반기에는 1430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돈나무 선생님’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의 액티브 ETF(ARK 이노베이션ETF)가 지난해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자금 유입에 불을 지폈다.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테마형 ETF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유망산업에 손쉽게 투자하는 동시에 분산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테마형 ETF를 예로 들어보자. 투자자가 전기차 관련 회사에 투자하려면 개별 기업들을 조사해서 직접 투자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기차 테마 ETF만 매수하면 자동적으로 관련 기업에 분산투자가 가능해졌다.
직접투자 열풍도 테마형 ETF 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를 많이 하는 추세인 와중에 금리가 낮아 어느 한 군데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형 ETF보다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맞물려 자금 유입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테마형 ETF가 유망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안전성도 추구할 수 있는 ‘만능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미국 국채금리 변동으로 2차전지 등 테마형 ETF가 직격탄은 맞은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ARK 이노베이션 ETF’도 국채 금리 인상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월가를 덮친 5월, 연중 고점 대비 35% 가까이 폭락했다.
오히려 테마형 ETF 수익률이 평균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의 ‘2021 글로벌 테마형 펀드 보고서’에 따르면, 테마형ETF는 변동성이 매우 크고 시장 영향력이 적은 일부 주식에 집중하기 때문에 높은 실패율을 겪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 간 테마형 ETF의 30%가 상장 폐지됐으며, 그중 34%는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트랜드에 따라 테마형 ETF이 빠르게 바뀌고 과열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ETF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보다 특정 테마나 산업에 쉽게 돈이 쏠리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에 과열이 생길 수 있어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모닝스타도 보고서를 통해 “일부 테마가 지속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재택근무 ETF가 과연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유효할지 비판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마형 ETF은 분산투자라기보단 집중투자형이다. 투자한 산업이 흔들리면 수익률이 크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테마형 ETF가 담은 종목은 특정 테마나 산업의 30~40개 정도로, 여러 업종에 분산하는 전통적인 패시브형의 분산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한 테마 안에서 개별 기업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