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자격 '신유망 산업분야 영위' 여부도 이견
"파이프라인 가격 대비 수익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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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이 프랑스 재생에너지 발전소 개발사업권(파이프라인) 인수 자금의 일부를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의 '탄소중립' 관련 자금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드는 데 쓰여야 할 자금인만큼,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금융상품의 목적은 2050 탄소중립 정책 뒷받침이고 대상기업 기준은 '신(新)유망 산업분야 영위 기업'이다. 이번 파이프라인 인수는 국내보단 해외 탄소배출량 절감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다.
9일 한화솔루션은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업체 'RES Méditerranée SAS'(이하 RES프랑스)의 개발·건설관리 부문과 약 5GW(기가와트)의 태양광·풍력 발전소 개발 파이프라인을 7억2700만유로(984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의 'KDB탄소스프레드' 상품을 신청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탄소배출량 절감 목적의 금융상품이 '친환경에너지 사업 부문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해외 사업 확장'에 쓰이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KDB탄소스프레드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하는 산업은행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이다. 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은 ▲수소 관련 인프라 완비 등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육성을 통한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 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 크게 3가지로 구체화된다.
산업은행은 해당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 기업을 대상으로 금리를 우대해주는 KDB탄소스프레드라는 금융상품을 내놓았다.
한화솔루션의 유럽 재생에너지 발전소 파이프라인 인수는 해당 금융상품의 취지와 다소 어긋나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럽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개발 사업을 확장하는 차원으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해당 인수가 도움이 될지가 미지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탄소제품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물론 해외 기술을 들여와 국내 태양광 발전소 개발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RES프랑스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운영 기술도 가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이 인수한 'RES프랑스'는 'RES그룹'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영위하는 별도법인이다. RES그룹은 개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왔다. 이번 딜(Deal)을 통해 한화솔루션이 파이프라인을 인수해 발전소를 개발, 운용 및 매각하는 그림이 가능한 셈이다. 일부 법인만을 인수한 것이어서 RES그룹의 개발 기술을 넘겨받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화솔루션도 인수 공시에 "유럽에서의 개발 사업 확장 목적"이라고 명기했다.
한화솔루션은 산업은행 자금이 국내가 아닌, 다른 나라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쓰이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 산업은행과 맺은 협약에 따르면 '그린에너지 산업활성화를 위한 투자에 사용할 수 있고 통화제한도 없어 투자국 이슈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격 조건인 '신(新)유망 산업분야 영위 기업'에도 한화솔루션이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냉소적 평가도 나온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부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이번 인수도 '실적 개선 목적'이란 시각이 많았다. 올해 2분기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1조65억원의 매출과 64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전환한 지난 1분기보다 4배 이상 적자 폭이 커진 상태다.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태양광 패널 재고를 떨어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맥락이기도 하다. 한화솔루션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1조43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분기 1조7300억원으로 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이 3개월치 이상, 상당히 많은 양의 패널 재고가 쌓여 있는데 이를 해당 발전소에 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이 다소 값을 후하게 쳐준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5GW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약 1조원을 주고 매입했다. 1MW(메가와트, 1GW=1000MW) 당 2억원을 지불한 셈이다. 최근 국내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1MW 규모의 개발 사업권(파이프라인) 당 1억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는 매물이 부족한 탓에 거래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발전량으로 보면 큰 수익을 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인적자원에 대한 밸류가 포함되어 마련된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천차만별이지만 국내의 경우엔 1MW 당 태양광 발전소는 1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라며 "제도가 미비해 아직까진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매입을 통해 큰 수익을 바라긴 어려운데도 1MW 당 2억원을 준 것은 비교적 후하게 값을 치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