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제고 및 투자 분산효과↑
시장 자산 수요·공급 곡선 따라 달라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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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상장리츠 시장에 여러 종류의 자산군을 담은 멀티섹터 리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자칫 상장리츠의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리츠 자산규모를 키우기 위한 ‘호구지책’으로 멀티섹터 리츠를 내세운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디앤디플랫폼리츠는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국내 최초 ‘멀티섹터’ 리츠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해당 리츠의 자산군은 영등포 오피스와 국내 및 해외 물류센터 등으로 혼합돼 구성됐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상장 리츠들이 국내 대형 오피스라는 단일 자산군으로 조성됐던 점과 대비된다.
올해 말 상장을 준비 중인 NH올원리츠 역시 멀티섹터 리츠에 속한다. 올원리츠는 리테일 자산인 성남 분당스퀘어와 오피스인 서울·수원 엠디엠타워, 이천 도지물류센터 등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앞서 NH리츠운용의 첫 번째 공모리츠인 NH프라임리츠는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 등 오피스 위주로 구성된 바 있다.
국내 리츠시장에 멀티섹터 리츠가 속속 등장하는 모양새다. 앞서 롯데리츠 등 대기업 그룹 자산을 담는 상품을 제외하면 전문 운용사가 멀티섹터 상품을 내놓는 것은 처음이다. 신한알파리츠나 NH프라임리츠 등 2019년 국내에 갓 공모리츠 상품들이 등장할 당시만 해도 단일 자산 위주의 리츠들이 주를 이뤘다.
멀티섹터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꼽힌다. 마치 주식과 채권 등 서로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 자산군을 혼합해 투자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리츠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최근 가파른 물류센터의 성장세가 언제 주춤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다소 안정성이 보장된 오피스에 함께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자산가격 상승률이 낮은 오피스 위주의 리츠는 성장성을 감안해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 등을 편입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같은 오피스 자산이라도 수익성이나 위험성 측면에서 변화를 주기도 한다. NH올원리츠는 대표자산으로 꼽은 오피스 자산 대비 초과 수익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앞서 NH프라임리츠가 저위험, 저수익 위주의 코어자산을 주로 담았다면 NH올원리츠는 중위험, 중수익 위주의 코어플러스 자산을 위주로 편입하고 있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리츠 운용역들이 단순한 수익률만 놓고 보면 오피스만 담는 형태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대 수익률을 높여야 하고 기관투자자들도 오피스 시장이 주춤할 때 이를 헷지(손실 방지)할 수 있도록 편입 자산군을 다양화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멀티섹터 리츠가 많아질수록 리츠 상품의 개별 특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은 운용사들이 경계해야할 점으로 꼽힌다. 공모리츠는 5년~7년 정도로 수명이 짧은 부동산 펀드와 달리 지속 가능성이 필요한 상장 법인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피스나 물류센터 등 자산군을 한정해 리츠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편이 장기 지속성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리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멀티섹터 리츠도 편입자산을 잘 따져보고 신중히 담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라며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오피스나 물류센터, 리테일 등을 모두 담은 리츠는 자료 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투자를 꺼려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리츠 편입자산을 고를 때 운용사의 선택권이 넓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즉, 처음부터 해당 리츠의 자산 편입계획을 세워두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부동산 자산의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담을 수 있는 자산의 폭이 달라지는 탓이다.
부동산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의 리츠들이 향후 성장성이 밝은 자산인 데이터센터를 담겠다고 계획을 말하지만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매물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리츠는 자산규모를 꾸준히 늘려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산을 ‘골라’ 담기보다 그때그때 시장에 나온 자산을 담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